김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을 때, ‘광양 김 시식지’

해은문
해은문

[광양/남도방송]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당당히 식품 수출 1위 품목으로 등극한 K-푸드 김, 인류 역사상 최초로 김을 양식한 곳은 어디일까? 임금님 수라상에도 오를 만큼 영양 만점인 수퍼푸드 김, 그 이름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전남 광양시 태인동에는 김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말끔히 해소할 수 있는 광양 김 시식지(光陽김始殖址)가 있다. 광양 김 시식지(전라남도기념물 제113호)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김을 양식한 곳으로, 그 역사와 창안자 김여익을 기리는 공간이다. 

병자호란에 의병을 이끌며 활약하던 김여익은 청과의 굴욕적인 화의에 통탄하며 광양 태인도에서 은둔하던 중 바다에 떠 있는 나무에 해초가 걸리는 것을 목격한다. 이에 착안해,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인 광양 태인도의 풍부한 이점을 살린 김 양식법을 창안해 보급하면서 바다를 경작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지금 우리가 먹는 A4용지만 한 김도 김여익에 의해 연구됐다. 짚을 엮어 만든 네모난 발 위에 김을 고루 펴 널고 햇빛과 바람을 동원해 말린 뒤 떼어내는 획기적인 방식이었다. 수라상에 오른 김을 맛보고 이름을 궁금히 여긴 인조는 광양의 김여익이 진상한 것으로 아직 이름이 없다는 신하의 말에 그의 성을 따라 ‘김’이라 부르도록 했다고 전해진다.

이끼처럼 바위를 덮으며 자라 해의(海衣), 해태(海苔) 등으로도 불렸던 김은 400여 년이 흐른 지금 김밥, 김부각, 김자반 등 다채로운 요리로 전 세계 식탁에 오르고 있다. 광양 김 시식지의 관문인 해은문을 통과하면 김여익을 기리는 영모재와, 김에 관한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는 김 역사관이 ㄱ자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영모재 바로 뒤에 있는 유물전시관에는 김 양식에 사용됐던 다양한 생산도구가 전시돼 있고, 내삼문을 지나면 김여익의 위패와 묘표문이 보관된 인호사가 있다. 매년 음력 10월 후손이 모여 김여익의 공을 기리고 있으며, 정월 대보름에는 김의 풍작과 안녕을 기원하는 용지큰줄다리기가 행해지고 있다.

광양 김 시식지는 설, 추석 등 명절 당일을 제외하고 연중무휴로 오전 10시~오후 5시 개방되며, 문화관광해설사의 깨알 같은 해설도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오는 주말(9월 24~25일)에는 문화재청 생생문화재 ‘광양 生生 김 여행’의 일환으로 대한민국 창작 김 음식 축제가 예정돼 있어, 이색적인 볼거리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구영 관광과장은 “광양의 김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의 풍부한 영양과 일조량 덕분에 맛과 향이 매우 뛰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최초로 김을 양식한 장소성을 지닌 광양 김 시식지를 방문해 자연과 도모한 선조의 지혜를 만나고, 김 음식 축제에서 다채로운 김 음식들을 만나보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이 생산됐던 태인도 일대에서는 단일 공장 규모 세계 최대 조강 생산량을 자랑하는 광양제철소가 金(김) 대신 金(철) 생산을 이어가며 지명이 가진 의미를 상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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