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남도방송] 강원도에는 아직도 눈이 내린다니, 4월이 오고, 4월혁명 50주년이 가까워오는데, 금년의 봄은 너무나 지각이 심합니다.

핏빛 진달래가 만개하고 소쩍새가 제대로 울어대야 4월혁명의 붉은 피를 회상할 수 있겠지만, 금년은 그런 봄기운이 아득하게만 느껴집니다.

『맹자(孟子)』라는 옛날의 경서를 읽어보면 천하의 성인 임금 탕(湯)이 걸(桀)이라는 악독한 독재자를 추방해버렸고, 성인 임금 무왕(武王)은 주(紂)라는 불의한 독재자를 정벌해버렸습니다.

이에 대하여 어떤 사람이 맹자(孟子)에게 물었습니다. 신하이던 탕이나 무왕이 임금을 추방하고 정벌했는데 그래도 되는 거냐고, 맹자의 답변이 기가 막히게 멋집니다.

"인(仁)을 해치는 사람을 적(賊)이라 하고 의(義)를 해치는 사람은 잔(殘)이라 하는데, 잔적의 사람은 일개 못된 개인인데, 그는 독부(獨夫) 즉 독재자이니, 독재자를 방벌했을 뿐이지 신하가 임금을 내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독재자를 방벌할 수 있다는 유교철학은 진시황 때는 불온사상이라 하여 선비는 땅에 묻히고 경전은 태워져야 했습니다.

한(漢)나라에 이르러 다시 유교철학이 살아났고, 조선후기의 다산은 「탕론(湯論)」이라는 무서운 논문을 저술하여 잘못된 임금이나 독재자는 언제라도 유폐시키거나 정벌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다산은 신하가 임금을 방벌했다는 독재자들의 논리를 깡그리 뒤엎고, 잔적의 인간을 방벌함은 옛날의 정당한 도리〔古之道〕라고 갈파했습니다.

독재자 이승만을 하야시켜 하와이로 내쫓은 4.19혁명은 인류의 보편적 정당성이자 정치발전의 기본원리라는 것을 역사적 사실로 다산은 200년 전에 주장했습니다.

모든 민중들이 추대하여 이룩된 대통령의 지위는 모든 민중들이 추대해주지 않고 하야하라고 외쳐대면 지위가 유지되지 못함이 당연하다는 뜻입니다. 〔衆推之而成 亦衆不推之而不成〕. 맹자의 방벌이론은 독재자들이야 언제나 백안시했으나, 다산에 이르러 「탕론」이 완성되면서, 조선후기의 민중혁명 이론은 본격적으로 거론되었습니다.

그러나 망해가던 나라의 백성이나 지도자들 누구도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고 방기하고 말았습니다.

다산이 세상을 떠난 58년 뒤인 1894년 동학혁명이 발발하여 잘못된 임금은 방벌할 수 있다는 주장이 천하에 퍼졌으나 임금을 방벌하는 민중의 힘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동학에서 4.19, 66년째에 이르러서야 민중은 끝내 힘을 발휘하여 독재자를 추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탕론」의 방벌사상이 한국에서 최초로 성공합니다.

인의(仁義)를 해치는 독재자, 그들은 언제라도 백성의 힘으로 방벌할 수 있다는 진리가 4.19혁명에서 제대로 실현된 셈입니다.

박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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