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철거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구례 문척교
구례 문척교

[구례/남도방송]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전남 구례군 주민을 대상으로 ‘옛 문척교 철거 주민공청회’를 개최했지만 철거 방침에 반발하는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한 채 고성이 오가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6일 옛 문척교 보존 범군민 대책위, 구례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문척면 문일관 다목적체육관에서 영산강청·구례군 관계자 및 주민,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는 시작 전부터 피켓 등을 들고 ‘철거 반대’를 외치는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주민공청회가 시작되자, 영산강청과 구례군을 향한 주민들의 날선 지적과 항의가 쏟아졌다.

의사진행 발언에 나선 한 주민은 “정황을 따져보면 이미 영산강청이 철거를 결정해 놓은 상태였다”며 “공청회가 주민을 상대로 한 요식적 절차행위로 찬반 공청회가 무의미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다른 주민은 “영산강청이 섬진강댐을 준설하지 않았고, 갑작스런 대량 방류와 폭우 때문에 수해가 발생한 것이다”며 “문척교가 2020년 8월에 발생한 수해의 원인으로 둔갑시켰다”며 비난했다.

그러면서 수해 당일 대량 방류가 8월 8일 오전 8시 이후에 이뤄졌는데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수해가 발생해 시간상 일치한다는 점을 근거로 밝혔다.

이에 대해 박세욱 영산강청 하천국장은 “공청회가 통과의례식 요식은 아니다”면서도 “국가 차원에서 수해 예방을 목적으로 문척교 철거를 추진하는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주민들은 철거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 백지화한 다음 공청회를 다시 개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주민들은 김승희 영산강청장과 김순호 구례군수가 불참한 점을 지적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공청회는 별다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은 채 서로의 입장차만 재확인하고 마무리되면서 문척교 철거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한편, 문척교는 1972년 구례읍과 문척면을 잇는 섬진강 위에 길이 420m·폭 7.5m로 건설됐다. 문척교가 2020년 8월 침수피해를 입으면서 영산강청이 이달 철거를 계획한 가운데 지역사회 반발이 뜨거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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