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안부장관이 19일 오전 광양시민광장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여수·순천 10·19사건 제74주기 합동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이 19일 오전 광양시민광장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여수·순천 10·19사건 제74주기 합동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광양/남도방송] 우리 현대사의 비극인 여수·순천 10·19사건이 발생한 지 74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주최 합동 추념식이 광양시민광장 야외공연장에서 열렸다. 

▪다음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추념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수·순천 10.19사건 유가족 여러분! 오늘 우리는 여수·순천 10.19사건 74주기를 맞아 희생되신 분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먼저, 여순사건으로 사랑하는 가족의 곁을 떠난 희생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떠난 가족이 그리워도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며, 길고 긴 통한의 세월을 하루하루 버텨내신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순사건의 진상규명에 앞장서고, 유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어 짊어져 주신 지역주민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순사건은 좌우 이념 갈등이 극에 달한 해방정국 속에서 무고한 우리 국민이 이념의 총ㆍ칼에 무참히 희생당한 사건입니다. 희생자들은 마을회관, 학교, 논밭에서 싸늘한 주검이 되어 가족의 품에 안겼습니다.

살아남은 유가족들도 오늘이 오기까지 자식에게조차 그날의 일을 속 시원히 말하지 못하고 힘들고 외로운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이제 정부가 희생자와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드리겠습니다. 작년 7월 20일, 국회에서 논의된 지 20여 년 만에 여야 합의로 여순사건법이 제정되어 올해 1월 본격 시행되었습니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여순사건위원회가 본격 출범하여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에 개최된 제3차 위원회에서는 처음으로 45명의 희생자와 214명의 유가족을 결정하고, 2년 동안의 진상조사 시작을 의결하였습니다.

그동안 유족회 중심으로 개최되던 여순사건 희생자 추념식도 이번부터는 여순사건위원회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흔쾌히 함께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신 모든 유족회원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정부도 여순사건의 유족회와 함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 회복에 더욱 속도를 내겠습니다. 화해와 통합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과거사를 해결하고, 자유 대한민국의 아픈 현대사를 치유하겠습니다.

여순사건의 진실이 속속들이 규명되고 영령들이 명예를 되찾아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정부를 믿고, 힘을 모아 주시기를 요청 드리는 바입니다. 다시 한 번 함께해주신 유가족 여러분께 거듭 위로와 경의를 표하며, 여순사건 영령들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다음은 한덕수 국무총리 추념사

여수·순천 10·19사건 유가족 여러분, 오늘 우리는 여순사건 74번째를 맞이하였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희생을 가슴 깊이 새기며 여순사건 영령들의 넋을 기립니다. 소중한 가족을 잃고 피눈물을 삼키고 한맺힌 세월을 견뎌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순사건은 해방 후 혼돈의 시대 상황에서 발생한 우리 현대사의 씻을 수 없는 아픔이자 크나큰 비극입니다. 수많은 무고한 시민이 영문도 모른 채 싸늘한 주검이 되었고 살아남은 분들은 평생 그 아픔을 짊어지며 헤아릴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오셨습니다.

지난 1월 여순사건 특별법이 시행되고 여순사건위원회가 출범했으며 총 3,290건의 희생자 유족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얼마 전 제3차 위원회에서 45명의 희생자와 214명의 유족을 첫 희생자 유족으로 결정하여 본격적인 진상조사도 시작되었습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남아 있는 기록을 하나하나 모아 진실을 규명하고 억울하게 희생되신 분들의 명예를 되찾아 74년 통한의 눈문을 닦아드리겠습니다. 진실을 있는 그대로 혼전하게 기록하고 국민 여러분과 함께 그 가치를 되새기며 여순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바로 세우겠습니다.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여순사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은 김영록 전라남도 도지사 추념사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여순사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함께하신 내빈 여러분! 오늘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지울 수 없는 상흔인 여수·순천 10·19사건이 74주기를 맞는 날입니다.

이번 추념식은 희생자를 애도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국민의 마음과 염원을 모아 74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합동추념식으로 열리게 되었습니다. 무자비한 국가폭력 앞에 억울하게 희생되신 영령님께 머리 숙여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끌어안고 통한의 세월을 견뎌 오신 이규종 여순전국유족총연합 상임대표님을 비롯한 유가족 여러분께도 마음 깊이 위로의 말씀을 올립니다.

동병상련의 고통을 겪으시며 여순사건 진실 규명에 함께 앞장서주신 제주4·3희생자유족회 오임종 회장님과 제주4·3평화재단 고희범 이사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현대사의 참혹한 비극인 여순사건은 70년이 넘는 기나긴 세월 동안 그 누구도 입에 올릴 수 없는 금기의 역사였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역사 속에 묻혀 있던 그 날의 진실이, 많은 분들의 끊임 없는 투쟁과 간절한 염원 덕분에 이제서야 조금씩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비극이 발생한 지 71년만인 2019년, 대법원의 첫 재심 결정과 무죄판결로 진실을 향한 첫 단초가 마련되었습니다. 지난해에는 모두가 그토록 간절히 기다려왔던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0월 6일,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가 처음으로 희생자 45분과 유가족 214분을 결정했습니다. 희생자와 유가족이 그동안의 오명과 상처를 씻고 평화와 화해, 포용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역사적인 첫걸음을 내딛게 된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순사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그동안 전라남도는 명백한 국가폭력으로 도민들이 무고하게 희생된 가슴 아픈 역사의 진실을 알리고, 바로 세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2018년 도지사 취임 첫해, 70주기 추념식에서 정부를 대신해 과거 국가 공권력의 과오를 사죄드리고, 여러분의 한 맺힌 눈물을 닦아 드리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2019년에는 여순사건 발생 이후 최초로, 전라남도와 유족들이 공동 주최하는 합동추념식을 거행했습니다.

이후 전라남도 주관으로 합동추념식을 개최하면서, 지역사회와 함께 진실 규명을 위한 끈질긴 노력을 이어 왔습니다. 이런 간절한 염원과 노력으로 국회 논의 20년 만에 극적으로 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피해자분들의 명예 회복과 실질적 지원을 위해서는 고쳐져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선, 한 분도 빠짐없이 신고하실 수 있도록 현재 3개월밖에 남지 않은 피해 신고 접수 기간을 1년 더 추가로 연장해야 합니다. 또한,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보상과 유족 의료·생활지원금, 특별재심 등 현실적인 지원제도 마련과 함께, 후대에도 기릴 수 있는 국가기념일 지정이 절실합니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특별법이 개정되어야 합니다. 이 자리에 함께하신 모든 분들이 특별법 개정에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여순사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전라남도는 여순사건이 치유를 넘어, 평화와 인권의 상징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전국화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화해와 상생을 위한 추모공원을 조성하고, 여순사건 주요 유적지를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데 온 힘을 쏟겠습니다. 단 한 분의 희생자도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여순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완전한 명예 회복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흔들림 없이 완수해 나가겠습니다.

오늘을 시작으로 여순사건을 화합과 상생의 역사로 다시 써 내려갑니다. 지역을 넘어 희망과 통합의 새 시대로 다 함께 나아갑시다.

자리를 함께해주신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님과 소병철 국회의원님, 김회재 국회의원님, 전라남도의회 서동욱 의장님을 비롯한 도의원님들과 김대중 전라남도 교육감님, 정인화 광양시장님, 정기명 여수시장님, 김순호 구례군수님, 공영민 고흥군수님과 서영배 광양시의회 의장님을 비롯한 시군의회 의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 번 희생되신 영령들께 삼가 애도를 표하며, 이제는 평안히 영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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