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남도방송] 다산은 선비가 해야 할 일 중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일의 하나가 독서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독서야말로 '기가'(起家), 즉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라고 했습니다.

불행을 만난 집안, 즉 "폐족으로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하는 일 한 가지밖에 없다"라고 하면서, "독서야말로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자 깨끗한 일이다"라고 했습니다.

다산이 아들이나 제자들에게 보낸 유배지에서의 편지에는 곳곳에서 독서를 강조하고, 어떻게 책을 읽고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 것까지를 참으로 자상하고 정성스럽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우선 참다운 독서를 위해서 다산은 몇 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합니다. 책을 읽고 공부를 많이 해서 똑똑한 사람이나 높은 지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보다는 사람다운 인간이 되겠다는 생각부터 지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독서는 먼저 근본을 확립해야 하는데, 근본이란 바로 어버이에게 효도하고 형제사이에 우애롭게 지내야 한다는 '효제'(孝弟)에 있다고 했습니다.

효제를 힘써 실천함으로써 근본을 확립하면 저절로 학문이 몸에 배어들어 독서는 어려움 없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했습니다.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서도 온갖 지혜를 동원해 제대로 설명해줍니다.

책이 많지 않던 옛날에야 무조건 책을 암송하는데 힘썼지만, 경사자집(經史子集), 참으로 책이 많아진 때에야 책을 어떻게 다 암송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면서, 4서3경 정도야 반드시 익숙하게 읽어야 하지만, "그러나 모름지기 뜻을 강구하고 고찰하여 그 정밀한 뜻을 깨달을 때마다 곧바로 기록하는 일을 실천해야만 실제의 소득을 얻게 된다.

진실로 외곬으로 낭독하기만 한다면, 실제 소득은 없을 것이다."(然須講究考索 得其精義 隨所思卽行箚錄 方有實得 苟一向朗讀 亦無實得: 爲盤山丁修七贈言)라고 설명하여 기록의 중요함을 더욱 강조했습니다.

세상에 다산만큼 기록을 좋아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평생 동안 찾았거나 방문했던 곳에 시나 글을 남기지 않은 일이 없었고, 읽은 책에 대해서도 느낀바는 물론 책의 내용을 요약하여 반드시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다산의 저서 500권은 대체로 그렇게 해서 저술됩니다. 4서6경을 면밀히 읽고 검토하다가, 정밀한 뜻을 새로 발견하면 바로 기록하여 모아진 경서연구 232권이 그렇게 해서 이룩됩니다.

2,500수가 넘는 시도 가는 곳마다 보고 느낀 것을 시로 읊었습니다. 제(題)·발(跋)·서(序)·기(記)등 뛰어난 문(文)도 대체로 읽었던 책에 대한 기록입니다.

그냥 읽기만 하고, 암송만 해서 무슨 소득이 있겠느냐는 말은 그렇게 해서 나온 말입니다. 다산의 뜻이 참으로 깊습니다.

박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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