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덕충동 공영주차장 부지 매입비 32억 전액 삭감
금오도 해상교량 분담금 동의안 문제 삼자 보복 조치 의혹

여수시의회.
여수시의회.

[여수/남도방송] 전남 여수시의회 일부 의원들이 지역 현안 사업 예산을 심의하면서 동료의원이 세운 사업 예산을 보복성으로 삭감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사업 심의 과정에서 주민 목소리를 듣고 올바르고 필요한 사업인지 판단하는데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여수시의회 등에 따르면 예산결산위원회는 최근 내년도 소관 사업 예산 심의 과정에서 여수 덕충동 엑스포타운 인근 공영주차장 부지 매입비 32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고용진, 박성미, 구민호, 백인숙, 정신출, 진명숙 등 갑 지역구 6명이 예산삭감에 찬성했으며 정옥기, 이석주, 최정필, 김채경 등 을 지역구 4명은 반대했다. 앞서 해당 상임위인 해양도시건설위원회에서도 사업 예산을 삭감했다.

여수세계박람회장과 엑스포타운 일대의 만덕동은 공동주택과 상업시설이 밀집하고 유입인구가 늘면서 주차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이 사업은 해당 지역구 의원인 송하진(무소속, 미평·만덕·삼일·묘도) 의원이 주민 불편 민원이 잇따르자 시 정부에 예산 편성을 요청하면서 추진된 사업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상임위와 예결위가 현지 여론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판단해 사업 예산을 삭감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앞서 해양도시건설위는 지난달 9일 금오도 연결 해상교량 예산 분담 동의안에 대해 심의했다. 이 자리에서 송 의원은 "상임위 절차 동의도 받지 않고 전체 의원 동의도 받지 않았다"면서 "의회와 전체 의원을 무시한 채 몇몇 의원들만 해서 한 것이 맞느냐"고 절차를 문제 삼았다.

해당 동의안은 상임위에서 한차례 보류됐지만 며칠 뒤 만장일치로 본회의에 상정돼 가결됐다. 그러나 동의안 심의 과정에서 송 의원의 지적을 탐탁지 않게 여긴 일부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보복성으로 삭감했다는 뒷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갑 지역 사업을 놓고 해당 지역 의원들이 예산삭감에 동의하고 오히려 을 지역 의원들이 반대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더구나 만덕동이 지역구인 모 의원도 예산삭감에 동의하자 일부 주민들은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동료의원이 현안 사업을 심사하면서 쓴소리했다고 해서 지역구 예산안을 보복성으로 삭감하는 처사는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몰상식한 행동"이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인사는 "사적 감정을 가지고 예산을 심사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꼭 필요한 사업인지, 불요불급한 사업인지를 심사하는 기준이 명확해야 하고, 시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영평 시의회 해양도시건설위원장은 "현장에 가보니 주차장은 반드시 필요해 보였지만 부지 매입비가 과해 조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일단 보류키로 했다"며 "주민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면 추경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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