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의 유고시를 지켜낸 정병욱 가옥 내부. 제공=광양시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를 지켜낸 정병욱 가옥 내부. (사진=광양시)

[순천/남도방송] 윤동주 탄생 105주년을 앞두고 윤동주의 육필시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보존한 광양 망덕포구 정병욱 가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윤동주는 1917년 12월 30일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나 명동학교, 평양 숭실중학교를 거쳐 서울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했다.

1942년 일본 도시샤 대학에 입학했으나 1943년 독립운동 혐의로 일본경찰에 체포돼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됐다가 1945년 2월 16일 스물아홉의 젊은 나이에 순국했다. 광양은 윤동주가 한 번도 밟지 않은 땅이지만 연희전문 졸업 기념으로 출간하려다 좌절된 육필시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지켜내 시인으로 부활시킨 역사 공간이다.

윤동주의 연희전문 후배 정병욱은 우리말과 글이 금지된 일제강점기, 윤동주가 친필로 써서 손수 묶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고이 간직했다가 세상에 알린 장본인이다. 유고에는 ‘서시’를 비롯해 ‘별 헤는 밤’, ‘자화상’, ‘길’ 등 시대의 어둠을 비추는 별과 같은 19편의 시가 또박또박 새겨져 있다.

1948년 1월, 유고를 바탕으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간행되면서 마침내 시인으로 부활한 윤동주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 살아남았다. 광양 망덕포구 ‘윤동주 유고보존 정병욱 가옥(등록문화재 제341호)’에는 명주보자기에 싼 유고를 항아리에 담아 마룻바닥 아래 깊숙이 간직한 상황이 생생하게 재현돼 있다.

정병욱 가옥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조성된 ‘윤동주 시 정원’에는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31편 전편이 시비로 새겨져 있다. 또한, 망덕포구와 배알도 섬 정원을 잇는 해상보도교 명칭도 윤동주의 대표작 ‘별 헤는 밤’을 모티브로 하여 ‘별 헤는 다리’로 명명했다.

광양시가 명명한 '별 해는 다리'. 제공=광양시
▲광양시가 명명한 '별 헤는 다리'. (사진=광양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육필시고를 지킨 정병욱의 노력을 조명하고,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망덕포구와 배알도 섬 정원 일대는 문학기행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는 내년부터 광양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윤동주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장소를 탐방하는 윤동주 테마 관광상품 운영 여행사에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등, 광양과 윤동주의 관계를 브랜딩하고 역사와 문학이 흐르는 관광도시 이미지 제고에 힘쓸 방침이다.

정구영 관광과장은 “윤동주의 생물학적 고향은 중국 북간도지만 시인 윤동주의 고향은 그의 육필시고를 간직해 시인으로 부활시킨 대한민국 광양이다”고 말했다.

이어 “윤동주 탄생 105주년을 맞아 암울한 시대 상황 속에서도 등불 같은 시를 쓰며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삶을 추구한 윤동주의 시 정신을 기리는 뜻깊은 역사문학 여행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남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