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부 "무조건 우리 지역에" 쟁탈전 격화
소지역주의 조장… 이해 얽혀 중지 어려움
"지역부터 선정한 뒤 정부에 호소" 여론도

▲경실련이 공공의대법 제정과 의사정원 증원을 촉구하고 있다.
▲경실련이 공공의대법 제정과 의사정원 증원을 촉구하고 있다.

[전남/남도방송] 전남도민 30년 숙원인 국립 의과대학 설립이 전남지역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정치인들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내년 있을 총선을 앞두고 자신 지역구에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고, 각 지역을 중심으로 여론이 확산하면서 격화하는 모양새다.

정부가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의료·의사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재추진하고 있지만 좀처럼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2년 전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사협회 반발이 파업으로 이어지면서 그동안 눈치를 봐왔던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재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년간 묻혔던 공공의대 유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전남권 공공의대 유치 역시 달아오르고 있다. 전남은 전국에서도 공공의대 유치에 가장 적극 나서고 있다.

200만 도민의 숙원이자 국립의대 설립을 통해 낙후된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목소리를 정부에 강력히 전달해오고 있다. 

하지만 '공공의대 설립 특별법' 제정을 놓고 각자 지역구에 의대를 유치하려는 일부 의원들이 소지역주의 행태를 보이면서 오히려 배는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1990년부터 의대 유치를 추진해 온 전남도는 2020년 의료 인력 확대 등 내용이 담긴 '공공 의료체계 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의대 인력 늘리기에 적극 나섰다.

전남권 공공의대는 의료인프라 확충과 의료 인력 충원을 통한 마중물이 될 최대 현안 사업이라는 점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태풍의 핵'으로 부상하며 치열한 공방이 벌써 가열되고 있다.

현재 국립 의대 설치 대상지로 순천과 목포가 꼽히는 가운데 동부권과 서부권 경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실제 순천, 광양, 여수로 대표되는 동부권과 목포로 대표되는 서부권 국회의원들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내년 총선에서 고지 선점을 위한 신경전도 감지되고 있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1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남 국립의대 설립을 위한 국회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지역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전남도 의과대학 유치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병회 순천시의장 페이스북 발췌
▲김영록 전남지사가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남 국립의대 설립을 위한 국회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지역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전남도 의대 유치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소병철(순천·광양·곡성·구례갑) 의원은 전남지역에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구체적 지역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순천 유치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여진다.

김회재(여수을) 의원은 의대는 순천에, 대학병원은 여수 율촌에, 광양에는 간호대를 설치하자는 취지 법안을 냈다. 서동용(순천·광양·곡성·구례을) 의원도 김 의원의 법안에 공동 발의했다.

주철현(여수갑) 의원은 전남권 공공의대 유치라는 틀에는 동의하면서도 전남대병원 여수 분원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전남대병원 분원 추진에 순천지역 반발이 심상치 않자 주 의원은 전남대병원 여수 설립과 전남권 공공의대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주 의원은 두 사안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지난 2005년 두 대학 통합 당시 정부로부터 약속받았던 한의대 한방병원 신설을 포함한 대학병원급 의료기관 유치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노선을 달리하고 있다. 

반면 목포가 지역구인 김원이 의원은 목포대 의대 설치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면서 공공의대를 목포대에 설립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지역 이해관계, 정치적 상황에 따라 국회의원들이 입장을 달리하면서 공공의대 유치는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해져 가고 있다.

전남도는 의과대학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대학 입지 선정에는 어떠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이를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전남도가 의대 유치에만 목을 맬 것이 아니라 의대 유치 지역을 선정하기 위한 정리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지역정가 한 관계자는 "도가 무턱대고 대학 유치에만 올인하고 대상지 선정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아 지역 간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며 "유치 과정에 있어서 또, 설령 유치하고 나서도 지역 간 상처와 앙금만 남게 될 텐데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우선 지역을 먼저 선정한 뒤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열악한 의료현실과 개선 방안 등 중지를 모아 정부에 호소하는 것이 지금보다 효과적"이라며 "전남도는 동‧서부권 차별 논란이 거센 현실에서 더 이상 도민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행정을 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 관계자는 “먼저 대학을 선정한 후 의대를 유치할 경우 대학 선정 과정에서 반발이 일어 유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우선 전남권 의대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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