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연수·장학금‧콩쿠르 지원 전무… 약속 달라"
교과 일방 개편, 입학 특전도 없어 30여명 전학

오는 23일 광양에 개교하는 한국창의예술고등학교.
▲광양에 개교한 한국창의예술고등학교

[광양/남도방송] 예술계열 공립 특수목적고로 전남 도민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얻고 문을 연 한국창의예술고. 예술 인재 요람을 표방하며 지난 2020년 개교한 한국창의예술고등학교가 학내 구성원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창의예술고는 전남도교육청이 전남 광양시 마동 3만5,649㎡ 부지에 320억원(광양시 134억)의 사업비를 들여 설립했다. 지난 2020년부터 오는 2029년까지 10년간 해마다 10억원의 운영비가 지원된다. 

올해로 개교 3년차를 맞았지만 바람잘 날 없는 모습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 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처사로 학생들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학교는 개교 당시 신입생을 모집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유럽과 러시아 등 전공과 관련한 여름방학 연수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장학금과 콩쿠르 참가 비용 전액을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년 동안 국외 연수는 한차례도 추진되지 않았고 장학금과 콩쿠르 참가 비용도 지원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교장이 진학에 필요한 대입 추천서도 음악과 학생만 써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학부모 측은 "음악 전공 학생들의 경우 국내외 콩쿠르 대회 입상이 예술대 입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콩쿠르나 시상식에 참석할 경우 결석 처리했다"며 "학교 측이 황당한 조치를 했다"고 성토했다. 또 "학생들이 대학 입시 주요 평가 항목인 출석률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의 일방적 교과과정 개편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전공 실습과 관계없는 창의 융합 교육을 신설했지만 이마저도 전공 교사나 전문 교과서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학교 학부모에 따르면 음악 전공을 희망하던 학생들은 학교가 약속했던 입학 특전이 유명무실해진 데다 교사와 장비가 부족해 자퇴하거나 전학 간 학생이 지난 3년간 30명에 달한다. 

강사 채용 과정에서 특혜 시비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 총장 자녀가 창의예술고 강사로 채용되면서 이 과정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학교 측은 채용 당시 면접장에서 블라인드 방식으로 면접을 치렀다고 주장한 반면, 공동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전남 모 학교장은 면접 대상자 이름 과 모든 정보가 공개된 상태에서 심사가 이뤄졌다고 증언하면서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정부 국책과제인 연구용역 수행을 위해 학교가 학생들을 동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3,000만원이 지원되는 연구용역은 창의예술고 융합 교육 모델로 삼아 다수의 학생이 과업에 투입됐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학교가 국책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명목으로 참여 학생들로부터 동의를 구하지 않고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선 논문을 쓰거나 연구에 임할 시 미국 심리학회인 APA가 제시한 기법을 따르는 것이 기본인데 연구 대상자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연구 보고서 공동 저자로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학예종 전 총장 자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잡음은 더 커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교장의 연구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학생들이 입시 피해를 본 만큼 국책과제를 발주한 연구소에 보고서를 취소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창의예술고 측은 남도방송과 전화 통화에서 "기자들이 왜곡해서 기사를 쓰기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 인터뷰는 거절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전남도교육청은 학교 안팎에서 이 같은 문제들이 불거지자 '학교 정상화 전담팀' 구성을 협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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