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2763명 대상 무기명 온라인 설문
29% 괴롭힘 경험… "회식‧모임 등 강요"
신고 전무 "대응하면 불이익 받을까봐"

여수시청사 전경.
▲여수시청사 전경.

[여수/남도방송] 전남 여수시 소속 공무원 상당수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사회에 만연한 갑질 병폐 심각성이 여전해 현실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여수시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및 피해자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6일까지 9일간 시청 내 직원 2,763명을 대상으로 무기명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가운데 673명이 응답해 24%의 응답률을 보였다. 설문은 국가인권위 표준안에 따른 5개 분야 76개 항목을 진행했다. 주목할 부분은 '최근 1년 이내 직장 내 괴롭힘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29%로 나타났다. 

괴롭힘 종류에는 '회식, 모임, 행사 등 업무상 불필요한 참여를 강요했다'가 3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다른 동료들보다 불합리한 차별을 받았다'(29%), '나에게만 힘들고 과도한 업무를 주거나 업무를 떠넘겼다'(28%)가 뒤를 이었다. 

괴롭힘 행위자로는 상급자(81.7%)가 절대적이었고, '괴롭힘을 참을 만했다'는 응답은 59%, '큰 괴로움을 느꼈다'는 21.1%였다. 괴롭힘에 따른 정신·신체적 건강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으로는 '분노, 불안, 불만'이 44.3%에 달했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해결을 위한 지원 방안으로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주문하는 응답도 45%로 집계됐다. 반면 '조직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응답은 75.4%, 심각하다는 응답은 24.6%로 나타났다. 

앞서 여수시의회는 2021년 10월 시와 소속기관 직원 인격 보장을 위한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조례를 제정했다. 폭언이나 폭행, 집단 따돌림 등 괴롭힘 피해를 예방하고 능동적으로 대처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취지였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를 운영해 신고가 접수되면 상담 후 필요할 경우 감사를 의뢰토록 했다. 시장은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실태조사를 1년마다 실시한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하지만 시는 조례제정 이후 지금껏 실태 파악 기본이 되는 설문조사 한번 하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의회는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질타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괴롭힘 신고센터 접수 건수는 전무하다. 이번 설문에서도 '괴롭힘에 특별한 대처를 한 적이 없다'는 응답이 71.1%에 달했다. 대처하지 않은 이유로 '업무상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52.1%를 보였다.

'괴롭힘에 대한 대처가 효과가 없다는 응답도 71.8%가 나왔으며, '괴롭힘 대처로 인해 주위 비난을 받거나 본인에 대한 악의적 소문이 퍼진 경우가 있다'는 응답이 47.2%에 달했다.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따돌림이나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괴롭힘 신고센터 운영 자체를 모른다는 비율도 59%로 나왔다. 그동안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조직문화와 형식적인 대처 역시 그동안 사태를 키워왔다는 지적이다. 

최근 여수시에서 벌어진 갑질 등 사례를 보면 A팀장은 협의가 끝난 예산안을 제멋대로 바꾸거나 다른 부서 부하 직원들을 강제로 불러 설명을 요구하는 등 월권행위를 하다 뒤늦게 주위에 알려졌다.

B팀장은 3년 전 신임 공무원 12명에게 술자리 참여를 강요하고 근무시간 외 업무를 지시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 역시 언론 등 외부 제보를 통해 사건화됐다는 점에서 음성적으로 횡행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행정 대처가 미흡한 실정이다. 

김동현 전국공무원노조 여수시지부장은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30%가 나왔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며 "그만큼 하급자들이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나이 어린 직원들이 결재를 맡으러 가면 윗선에서 입맛대로 바꿔버리고 자기 말 듣지 않으면 근무평정을 주지 않는데 일할 맛 나겠느냐.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참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으로 근절될 문제가 아니라 명확한 징벌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직급제를 폐지하고 간부급은 시험을 통해 승진하도록 능력 위주 제도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상‧하급자를 구분해 교육하고 피드백을 통해 문제와 해결방안을 찾겠다"며 "소통 방법이 다른데서 비롯된 오해가 괴롭힘까지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개개인 맞춤형 교육을 도입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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