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투자심사 통과 실패… 정리 수순
‘경제성’ 논란에도 강행… 책임론 솔솔

2020년 11월 공사에 들어가 2022년 11월 완공 예정인 전남권역 재활병원(조감도).
▲전남권역 재활병원 조감도

[여수/남도방송] 전남 여수에 추진 중인 전남권역 재활병원이 크게 늘어난 사업비와 적자 보전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해 백지화 위기에 놓였다. 결국 정부 투자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사실상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1일 여수시 등에 따르면 그동안 지역사회에서는 전국 대부분 권역재활병원이 적자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여수에 짓는 병원 역시 막대한 운영적자가 시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빗발쳤다.

여기에 지난 2006년 전남대와 여수대 통합 조건인 한의대 설립과 관련한 대학병원 유치가 오히려 현실적이라는 여론이 맞물리면서 지난 6년여 동안 전전긍긍해온 권역재활병원 건립은 무산될 상황에 처했다.  

앞서 여수시는 2017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전남권역재활병원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사업에 첫 단추를 뀄다. 전남대 국동캠퍼스 부지 1만3,650㎡에 사업비 270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5층, 150병동 규모 건립이 목표였다.

척수손상‧뇌 손상‧근골격계‧소아재활을 전문으로 하며 운영은 전남대병원이 위탁키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2018년 11월 착공해 지난해 11월 공사를 끝마쳐야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크게 불어난 사업비가 복병이 됐다. 애초 270억원에서 458억원으로 늘어났고, 경제성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 투자심사도 번번이 통과하지 못했다. 

병원 건립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고 건립 이후에도 적자로 인한 운영난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지방 근무를 꺼리는 재활의학과 전공의를 유치하기도 어려워 자칫 병원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왔다.

행안부는 3차례에 걸쳐 "병원 운영비 손실 부담에 대한 의견을 반영하라"라며 여수시 계획서를 반려했지만 시는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전남대병원과 맺은 권역재활병원 운영 계약이 애초부터 '불합리한 계약'이라는 비난이 지역사회에서 쏟아졌다. 병원 운영비와 적자 보전을 모두 시비로 충당해야 한다는 일방적인 계약은 독소조항으로 작용했다. 

2017년 5월 전남대병원과 여수시가 체결한 협약서에는 사업비 270억원 이외에 추가 비용과 재정적자를 여수시가 전액 부담하고, 직원 고용 역시 시가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협약서 내용이 공개되자 시의회를 비롯한 지역사회는 '노예계약'이라며 더 이상 사업을 추진해선 안 된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수많은 논란에도 여수시는 사업을 밀어붙였지만 현실성이 부족한 계획과 낮은 경제성이 발목을 잡았다. 시는 최근까지도 전남대병원 측과 운영비 부담 완화 방안을 놓고 수차례 협의를 가졌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지난해 말 전체 사업비 가운데 일부를 충당하기 위해 받은 복권기금을 비롯해 국도비 등 제반 비용 일체를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전남권역재활병원은 사업비 급증과 병원 운영에 투입될 막대한 비용 등이 시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져 사업에 욕심을 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수시의회 송하진 의원은 "사업 초기부터 논란이 됐던 적자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밀어붙이기식 사업이 얼마나 위험한 사업인지, 이를 간과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며 "시민사회 공론화를 배제한 채 '일단 하고 보자'식의 무모한 행정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명백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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