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 지정·무등산 군부대 철수 계획 등 여론 고조

▲여수 향일암 거북머리.
▲여수 향일암 거북머리

[여수/남도방송] 전남 여수 향일암 인근에 위치한 군부대를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사회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6일 여수시 등에 따르면 통일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향일암은 세계 4대 관음성지다. 기암괴석 등 빼어난 경관으로 다도해국립공원에 속해 해마다 200만명 이상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하지만 향일암 인근 군부대가 천혜 자연경관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십수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 뚜렷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지역민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향일암 거북머리 인근 해상은 1998년 12월 17일 오후 11시쯤 북한 반잠수정이 침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초소 군인들이 반잠수정을 격침했으며, 사건을 계기로 이 일대에 대한 군 경계가 강화됐다.

군은 2014년 이곳에 2층짜리 연면적 1,295㎡ 규모 생활관을 신축했다. 장병들의 열악한 병영생활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주민들은 "생활관이 위치한 거북머리는 군부대가 들어서기 수백년 전부터 마을 제를 지내는 등 주민들이 신성시하던 장소였다"며 "거북머리 정수리 부분에 군부대가 들어서면서 마을 정기를 해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거북 머리에 쇠못을 박고 석성을 쌓았던 것도 국운을 단절시키기 위한 이유라며 군부대를 조속히 옮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2015년 군부대 생활관 신축 당시 지역에서 반발도 거셌다. 이를 반대하는 시민운동이 전개되고, 시의회에서도 입장문을 내 군부대 이전을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16개 읍면동 이통장협의회 서명을 담아 정부에 전달하는 등 대책 방안을 요구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향일암이 문화재청으로부터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되면서 군부대 이전 목소리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점화하고 있다.

여기에 무등산국립공원에 위치한 방공포대 이전 사업이 올해 첫발을 떼고, 올해 9월부터 산 정상이 일반에게 개방한다는 사실 역시 향일암 군부대 이전 목소리에 탄력이 붙고 있다.

무등산국립공원에 위치한 방공포대 이전 사업은 국비 예산이 반영돼 내년에 첫발을 내딛는다. 

앞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대표 52명은 지난해 연말 향일암 군부대 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향일암 거북 머리에 군부대가 위치하면서 사찰의 아름다움과 역사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적 문화재 인근에 있는 군사시설이 다른 곳에서도 충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 역사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군사시설 이전을 추진하고,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군사시설과 군 전력 현대화 최신 무기 장비 특성상 군부대가 국가 지정 문화재에 위치해 있을 전략적 필요성은 과거에 비해 많이 사라졌다"며 "무등산 방공포대 이전 사업에 국비를 반영해 추진되는 만큼 향일암 군부대 이전 논의도 이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도의회도 지난 1일 열린 제368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이광일(여수1, 민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여수 향일암 군부대 이전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며 힘을 보탰다.

건의안은 향일암 거북머리에 군부대가 위치하면서 향일암의 아름다운 경관과 역사‧문화적 가치를 훼손함에 따라 국방부에 군부대 이전과 문화재청에 향일암을 국가지정문화재 위상에 맞게 보존‧관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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