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남도방송] 조선시대에는 목사·부사·군수·현령·현감 등을 목민관이라 통칭하는데, 이들은 입법·사법·행정의 3권을 모두 지니고 있었기에 법을 관장하는 벼슬이라는 의미로 ‘장법관’이라고도 칭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따지고 보면 법처럼 무서운 것이 없습니다. 법에 의해서 사람의 목숨이 좌우되기도 하고, 법의 이름으로 재산이 보호되기도 하지만, 재산을 온통 몰수당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인간에게서 가장 소중한 인명과 재산에 대한 생사여탈권이 부여된 법이야말로 가장 두려운 존재가 아니겠습니까.

법이 그렇게 무섭고 중요하지만, 실제로는 법 자체보다는 법을 집행하는 장법관들이야말로 참으로 무서운 존재입니다. 법을 어떻게 집행하느냐에 따라 일의 잘잘못이 명확하게 가려지기 때문입니다.

다산 정약용의 대저 『목민심서』 48권은 따지고 보면 법을 집행하는 장법관들이 지녀야 할 윤리와 도덕의 규범이자, 어떻게 해야 법을 바르고 정당하게 집행할 수 있느냐에 대한 실무적 지침서였습니다.

장법관들이 윤리의식과 도덕성을 제대로 지니지 못해, 청렴한 공직수행을 하지 않는다면 법으로 인한 백성들의 피해는 해결할 방법이 없고 맙니다.

그래서 장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수사하고 재판하여 사회정의가 세워지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흠흠신서』라는 법집행의 전문서적이나, 『목민심서』 형전(刑典)에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부정과 비리에 연계된 장법관, 뇌물을 받고 향응에 놀아나는 법 집행자들은 절대로 존재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퇴출되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들에게 지워진 절대적 의무는 청렴이고, 어떠한 경우에도 뇌물이나 향응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습니다. 뇌물을 받고 수사나 재판을 한다면 하늘은 반드시 그들에게 재앙을 내린다고 경고합니다.

무엇인가 잘못되어 당대에 하늘에서 재앙이 내리지 않는다면, 반드시 자손대에서라도 하늘의 재앙을 받기마련이라고 까지 엄포를 놓았습니다.

공정한 수사, 공정한 재판을 통해 백성들의 억울함이 풀리지 않는다면 세상은 절대로 화합하지 못하고, 분노와 갈등으로 불안한 세상이 되고 만다고 했습니다. 다산의 경고가 요즘에 더 절실해집니다.

지금 세상은 '스폰서 검사' 문제로 시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왜 세상이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요. 세상이 통째로 비리의 덩어리가 아닌가요.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하늘의 재앙을 어떻게 막을까요.

하늘은 늦잠을 자기도, 어느 순간 귀를 막고 지내지만, 영원히 눈감지 않습니다. 하늘의 재앙인 천벌이야 더디더라도 양심이야 못 속이지요.

‘옥화강앙’(獄貨降殃)이라는 다산의 경고를 잊지 맙시다. 법집행에 뇌물을 받으면 하늘이 천벌을 내린다는 뜻입니다.

박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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