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시장 뽑은 순천 민심 껴안기
총선 앞둔 천하람·이정현 지원 전략
지역민들, 여당 정치적 행보에 주목

​▲​지난 16일 전남 순천을 방문한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경전선 우회노선 방안 검토 약속을 한 뒤 노관규 순천시장과 손을 들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양준석 기자)​

[순천/남도방송]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최근 전남 순천을 찾아 "경전선 도심 우회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 지역민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원 장관은 지난 16일 "오늘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갔다 오라는 지시를 받고 왔다"며 "노관규 순천시장, 전남지사와 의논한 결과 순천시민 염원을 국가가 받들어 어떤 방식으로든 도심을 우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예산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책임을 지겠다"며 "대통령께서 도장을, 최종적으로 쐐기를 박아주실 거라고 생각을 한다. 미래 발전이 될 수 있는 우리 모두 힘과 지혜를 모으자"고 말했다.

경전선 고속철도 순천 구간은 예비타당성 조사 등 절차를 마친 상태지만 정부가 나서 도심 우회방안을 찾아주겠으니 시민들은 작은 이해관계로 분열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시민들은 원 장관의 '경전선 도심 우회방안 약속' 발언에 대해 "지역민 염원이 반영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고 반기면서 여러 의미를 부여했다.

◇ 정부·여당의 '호남구애'

시민들은 원 장관 행보에 대해 대체로 '외연 확장'을 부르짖는 정부와 여당의 '호남구애'로 판단하며 주목하고 있다. 중요한 정치적 결단 순간에 실리적 판단을 해온 순천시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선택받겠다는 여당 전략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아성인 호남에서 순천은 이미 김선동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을 당선시켰고, 2014년 재보궐선거와 2016년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줬다. 지난해 6·1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 노관규 시장을 당선시키며 텃밭을 자처하던 민주당에게 깊은 상처를 안겼다.

이를 기억하는 국민의힘은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월 중순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광주·전남 현장 비대위 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의 지역 정책 공약 등 현황을 점검하고 민생 현장을 둘러보는 등 호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호남의 딸'을 자처한 전북 출신 조수진 최고위원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노관규 시장 등 무소속 호남 단체장들을 찾아와 지역 현안을 챙겼고 올해 1월에도 다시 찾아온 바 있다.

◇ 이정현·천하람 영향력 극대화… 민주당 견제용

'경전선 우회 약속' 발언은 1년 앞으로 다가온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국민의힘 주자들의 지지기반을 강화하고, 경쟁상대인 민주당 견제를 위한 포석이란 의미도 가진다.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이정현 의원 대신 대구 출신 천하람 변호사를 공천했다. 천하람은 저조한 득표율로 현실을 실감했지만 최근 당대표에 도전하며 전국적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다. 22대 총선에 나설 경우 상당한 파괴력이 예상되는 이유다.

게다가 21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로 선거구를 옮긴 후 지역활동이 뜸한 이정현 전 의원의 출마설도 흘러나오며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들의 공천 경쟁 가능성도 거론된다.

순천은 21대 총선에서 기형적인 선거구 쪼개기와 낙하산 공천으로 민주당이 극심한 당내 분열을 겪었다. 총선에서 승리한 소병철 의원이 재선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이번 원 장관의 경전선 발언으로 '속앓이' 중이다. 민주당 정권에서 하지 못한 일을 국민의힘 정권에서 해결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 무소속 노관규 순천시장 우군화 '전략'

경전선 도심 우회는 무소속 노관규 순천시장이 취임 직후 던진 '승부수'였다.

원 장관은 "노 시장이 새 정부 인수위 때부터 자꾸 쳐들어오셨고, 그래서 들여다봤다"며 "이 문제는 어떤 지역 이기주의를 떠나 국가적으로나 미래 후손들에게 떳떳한 사업을 위해 전면적인 검토를 하게 됐다"고 노 시장을 추겨세웠다. 이는 노 시장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원 장관의 노 시장 띄우기는 앞서 언급한 호남 껴안기와 함께 그가 무소속 시장이란 점, 자신과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개인적 인연 등을 묶어 우군화하려는 전략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현재 순천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중 한 사람인 노 시장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도 큰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노 시장이 정원박람회까지 무사히 마칠 경우 다음 총선 출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노 시장 주변 인사들은 이 같은 말을 잔뜩 경계하는 모습이다.

지정운 기자 zzartso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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