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일 여수 에그갤러리서 개인전
환경문제 다룬 작품 30여점 선보여
도성마을 축사 사료통에 길이 3m
작품 '스필버그의 고백' 캐리어 설치

▲김기희 작품 '스필버그의 고백' 혼합재료 100×260×30cm 2023 (사진=에그갤러리)

[여수/남도방송] 지구 환경 문제를 탐구하며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통해 자신 만의 조형 언어로 표현한 설치미술가 김기희(61) 작가가 1978년 개봉한 '죠스' 영화로 잘 알려진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경고를 보내는 설치 작품을 선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남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 에그갤러리(관장 박성태)는 오는 4일부터 25일까지 김기희 작가 '댄싱 히어로' 주제 개인전을 연다. 김 작가는 여행 캐리어 설치 작품 20여점을 비롯해 도마뱀, 부엉이, 어린 왕자 비행기 등 3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편견과 오해, 환경오염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 사회 전반의 심각한 문제들을 '캐리어'라는 사유의 공간을 이용해 작업의 결과를 보여준다.

스필버그 감독에게 상업적 흥행과 성공을 안겨준 영화 '죠스'로 인해 상어에게 식인 상어의 이미지를 입혀 개체수가 줄어드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그 결과를 스필버그 감독 스스로도 인정한다는 영국 BBC 인터뷰 내용이 모티브가 됐다.

▲김기희 작가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보내는 서신 (사진=에그갤러리)

작가는 4개의 중고 캐리어에 와이어 매시로 커다란 상어를 만들어 오해와 편견이 만든 병폐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작가는 스필버그 감독에게 보내는 '전(前) 상서(上書)' 작품을 통해 경고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는 스필버그를 향한 경고 메시지 작품과 자신의 서신을 작가노트 형식으로 공개한다. 이번 전시 대표작은 '죠스' 영화로 북미 전역에 상어 개체수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참사가 벌어진 일을 상기시키며 이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작품 '스필버그의 고백'이다.

'스필버그의 고백'은 재활용 여행 캐리어와 와이어 매쉬를 이용한 길이 3m에 가까운 상어 설치물로, 바다 생물이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식인 상어와 고기라는 식용'으로 불리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담았다.

이 작품은 도성마을의 상징인 축사 사료통에 설치해 한센인정착촌인 이 마을 역사성과 장소성 의미를 확장시킨다. 인간의 편견과 오해 속에서도 살아남은 상어에 대해 작가는 '댄싱 히어로'로 명명하고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탐욕의 희생양이 된 바다거북이, 갈치, 감성돔, 고릴라, 돼지, 과일, 농산물 등 사연을 여행 캐리어를 통해 각각의 스토리를 그렸다.

▲김기희 작가가 이번 전시 대표작 '스필버그의 고백'이 걸린 여수 도성마을 축사 사료통 앞에서 마을주민 어깨에 손을 올리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에그갤러리)

이러한 작가의 사유와 문제의식이 대두돼 있는 각각의 캐리어는 관객에게 사유의 시간과 창의적인 시각을 부여하며 자유로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현대미술 한 영역인 설치미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는 자신의 사유와 작품 세계를 구현해 내기 위해 어떤 한 가지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다각도에서 모색해 프로젝트가 바뀔 때마다 주제에 맞게 선택하고 결정해 작업했다.

에그갤러리 박정윤 도슨트는 "김기희 작가 작품세계의 공통된 주제는 공생(共生)이다"며 "지구라는 외로운 별에서 같은 운명을 가진 생명들이 함께 떠나는 생존이라는 먼 여정길에 나는 누구와 동행하는가를 작품 안에서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김기희 '납작 코끼리' 캐리어에 혼합재료 67×60×30cm 2023​
​▲김기희 작품 '납작 코끼리' 캐리어에 혼합재료 67×60×30cm 2023​ (사진=에그갤러리)

김 작가는 "생태환경에 대한 무지와 편견으로 살생 가까운 일을 죄의식 없이 자행하는 인류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며 "전시작은 생경함과 모호함보다는 사실적으로 표현해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서울 출신으로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주요 개인전은 1996년 '망각의 바다' 설치 미술전(서울 21세기미술관), 2014년 '바라보기' 인물화전(제천시민회관) 등이 있다.

단체전은 2010년 '인간과 자연-치유' 기획전(포천 아트벨리), 2017년 로마 바티칸박물관 특별기획전(로마), 2019년 '수세미' 기획전(여수엑스포아트갤러리),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나눔은행 특별전(여수엑스포아트갤러리), 2022년 에그갤러리 9인 그룹전 '작가노트’ 등이다. 2014년 서소문 별곡전에 출품한 '103성인화'가 서울역사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김기희 작가 '댄싱 히어로' 전시 포스터 (사진=에그갤러리)

이번 전시 오프닝은 4일 오후 4시 에그갤러리에서 도성마을 애양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직접 캐리어 작품을 끌고 마을을 행진하는 퍼포먼스와 상쇠 손웅이 이끄는 여수 삼동매구팀이 공연한다.

박성태 관장은 "작가의 대표작 '스필버그의 고백'은 데미안 허스트가 1991년에 발표한 포름알데히드에 넣은 수조 속의 상어 작품이 연상됐다"며 "인간의 편견과 오해 속에 죽어가는 생태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경종을 이색적인 캐리어 작품을 통해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gija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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