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없이 대출금·전세보증금으로 아파트 매입
중개인과 짜고 임대 수요 많은 지역 매수 집중
보증금 103억 피해... 계약만료 따라 피해 커져

▲아파트 단지

[순천/남도방송]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무자본 갭투자'로 100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A(44)·B(44)씨 2명을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또 범행에 공모한 부동산 중개업자 1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2018년부터 2019년 사이 전남 광양지역 일대에서 근저당이 설정된 준공 20년 이상 노후 아파트 173채를 사들여 임차인을 모집, 임대차계약을 맺은 뒤 전세보증금 103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자기자본 없이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으로 대형사업장과 인접한 중저가형 노후 아파트 매물을 집중 매입한 뒤 세입자들에게 매입가격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고 계약 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 일당은 공인중개사를 통해 주택담보대출 근저당(주택가 30%) 설정 주택을 사들이고 임차인을 끌어 모았다. 근저당 설정으로 계약을 망설이는 임차인들에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자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보증금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고 안심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깡통전세'로 법원 경매 통보를 받은 임차인들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당초 전세보증금보다 가격이 떨어진 노후 아파트를 어쩔 수 없이 매수하기도 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임차인이 매입한 아파트는 36채(보증보험 가입 15채·미가입 21채)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가운데 전세보증금 반환 상품에 가입한 121명은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총 68억원을 변제받았다. 경매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금융기관보다 채권자로서 우선순위가 낮은 세입자 피해는 계약 만료 시기가 다가오면서 커지고 있다

경찰은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에 따라 관련 첩보를 입수, 광양시 S아파트 수십채가 경매에 나온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주택 소유자와 임차인 등을 확인한 경찰은 관련 자료, 피해 사례 등을 수집해 A씨 일당을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임대차 계약 종료 후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 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같은 피해는 사회적 경험이 적은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게 집중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데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하태민 기자 hagija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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