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도로에 잔디 심어 저류지-동천 연결
'도로 다이어트' 실현 순천시 새로운 공법
평범한 시민도 누리는 공공정원 '모델'로
행사 후 존치할지, 도로로 복원할지 과제

[순천/남도방송] 대한민국을 넘어 국제사회 생태도시 모델이 된 전남 순천에서 10년 만에 다시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린다. '정원이 삶이 되고, 문화가 되고, 경제가 되는 박람회'를 추구하는 이번 행사는 시대가 요구하는 콘텐츠를 가득 담고 있다. 이에 <남도방송>은 정원박람회 개최 목적과 방향, 핵심 콘텐츠를 소개하는 연속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공중에서 본 그린아일랜드(사진=순천시)
▲공중에서 본 저류지와 동천 사이 그린아일랜드 (사진=순천시)

그린아일랜드는 순천시 오천동 저류지 옆 강변도로에 사계절 푸른 잔디를 심어 단절된 저류지와 동천을 하나의 정원으로 연결한 공간이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보다는 자연과 사람을 먼저 생각한 상징적 장소다.

오천 회전교차로에서 국가정원 남문 회전교차로까지 1.03㎞에 걸쳐 있으며 노관규 시장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류지와 동천 사이 뚝방을 시민 편의성 때문에 도로로 이용하다가 다시 본래 모습으로 되돌린다는 의미도 가진다.

기후변화를 겪으면서 많은 도시들이 도로를 걷어내고 공원이나 생태공간을 만드는 이른바 '도로 다이어트'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순천시에서 아스팔트 도로 위에 잔디를 심는 새로운 공법을 시도했다. 

검은색 아스팔트 도로(black way)가 초록공간(green)으로 변하고 마치 섬처럼 동천과 저류지, 국가정원 등으로 둘러 싸여있는 섬(island)과 같아 그린아일랜드(green island)로 이름 붙였다.

전체 면적은 3만㎡로 축구장 4개 정도다. 도로 위에는 0.7m 두께 모래와 자갈, 흙 등 21만㎥를 채웠다. 토사 10톤 정도를 실을 수 있는 트럭 2만여대가 옮겨야 하는 양이다.

이곳에는 양잔디 일종인 '켄터키블루그라스'로 옷을 입혔다. 동절기 빠른 녹지화를 위해 파종 대신 1㎡당 4장 정도가 들어가는 0.4m×0.6m 크기의 규격화한 뗏장 12만5,000장을 사용했다. 

켄터키그라스는 잎이 가늘고 부드러우며 밀도가 높아 골프장 페어웨이나 축구장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추위에 강하고 서늘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저온성 식물로 한여름 더위에 약하고 관리 비용은 많이 들지만 빠르게 녹지화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국가정원 남문으로 연결된 그린아일랜드(사진=순천시)
▲국가정원 남문으로 연결된 그린아일랜드 (사진=순천시)

요즘 푸른 빛을 더해가는 그린아일랜드는 동천을 이용하는 시민이 쉽게 정원 남문을 통해 박람회장에 들어가는 주요 동선이다. 평범한 시민도 이곳에서 여유와 쉼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공공정원 기능을 구현했다.

그린아일랜드가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순천시 생각과 아이디어, 실천이 대한민국을 선도한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시가 도로를 공원으로 바꾸는 '도심 선형공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이곳을 조성하기까지 찬성만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평소 도로를 이용하던 시민들이 생활 불편을 호소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순천시는 우회도로를 확보하고 버스 노선을 투입해 반대 여론을 달랬다.

박람회 후에는 현재 상태로 존치할지 아니면 잔디와 토사를 걷어내고 다시 도로로 복원할지 과제로 남았다. 생활 불편을 주장하는 주민과 별개로 많은 시민은 당장 걷어내기보다는 당분간 활용해 효과를 지켜보고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정운 기자 zzartso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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