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방지시설 설치 및 지원 조례' 놓고
시의회, 지난해 10월 조사 후 초안 작성
市, "실효성·필요성 크지 않다" 해 놓고
최근 의회 모르게 조례 입법예고 뒷북

정광현 순천시의원
▲정광현 순천시의원

[순천/남도방송] 전남 순천시가 시의회에서 추진한 침수방지시설 관련 조례안을 '가로채기'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시의회가 수개월 전부터 준비한 해당 조례안을 순천시가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묵살해놓고 뒤늦게 시의회도 모르게 입법예고하면서다.

20일 순천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 안전총괄과는 지난 15일 '침수방지시설 설치 및 지원 조례안'을 입법예고 했다. 조례안에는 시장의 책무와 지원계획 목표 및 방향, 지원 기준 대상, 실태조사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조례안은 순천시의회 정광현 의원이 지난해 9월 폭우로 경북 포항 지하주차장에서 시민 7명이 사망한 사건 직후 침수방지시설 설치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선제적 대응을 위해 10월부터 자료조사를 시작으로 12월 의회 입법팀에서 조례안 초안을 작성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초 시의회는 입법팀을 통해 주무부서인 순천시 안전총괄과에 침수위험지역에 대한 현황과 침수방지시설 필요성에 대해 질문하고 입법의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주무부서에서는 "자연재해위험지구는 있지만 침수방지시설에 대한 실효성과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묵살해 조례 추진이 중단됐다. 

당시 이같은 주무부서 입장에 대해 정 의원은 "순천에서도 2020년 황전면이 큰 수해를 입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고, 포항 역시 사망사고 발생 후 침수방지시설 조례가 의원발의로 마련된 사실 등을 미뤄볼 때 주무부서 답변에 의문이 들었지만 예산을 수반한 조례인 만큼 집행부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조례 발의 진행을 잠시 늦췄다"고 했다.

그런데 순천시는 최근 정 의원이 추진한 내용과 같은 조례안을 시장결재를 맡아 입법예고한 것이다. 안전총괄과는 이 과정에서 같은 조례안을 준비해온 시의회 입법팀이나 정 의원에게 해당 사항을 공유하거나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20일 시의회에서 자유발언을 통해 "주무부서 책임자가 의회 입법 의지를 인지했음에도 의회에 공유하지 않았다면 이는 조례안을 도용한 것이고, 부서 책임자가 해당 내용을 직원으로부터 보고 받지 못했다면 의사결정 과정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서의 성의 있는 설명과 답변을 기대했지만 '기억 나지 않는다', '조례라는 표현을 들은 기억이 없어 조례를 준비하는 것을 몰랐다'라고 납득할 수 없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이는 명백히 의회 입법권을 침해한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시민 대의기관으로서 조례 입법권을 가진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에 대다수 동료의원이 분노하고 있다"며 "순천시는 현 상황에 대한 경위를 상세하게 밝히고 의회 입법권 침해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의회에서 연락을 받을 땐 조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그때 시기엔 조례에 대해 생각을 못했고 당시엔 그런 시설이 필요하다면 그런 상황은 공동주택을 직접 관리하는 건축과와 상의하는 것이 맞다는 말은 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의회에서 문의가 왔을때 입법팀인지 몰랐다"며 "만약 그 시점에 정 의원이 조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면 이렇게 일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당혹스럽고, 조례안이 작성되고 있는 줄도 몰랐다"고 군색한 답변을 내놨다.

양준석 기자 kailas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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