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류지·정원·순천만에 8곳 총연장 12㎞
굳어버린 심신에 건강한 자유로움 선물
웰니스 시대 '생태수도 일류 순천' 구현

[순천/남도방송] 대한민국을 넘어 국제사회 생태도시 모델이 된 전남 순천에서 10년 만에 다시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린다. '정원이 삶이 되고, 문화가 되고, 경제가 되는 박람회'를 추구하는 이번 행사는 시대가 요구하는 콘텐츠를 가득 담고 있다. 이에 <남도방송>은 정원박람회 개최 목적과 방향, 핵심 콘텐츠를 소개하는 연속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순천만어싱길(사진=순천시)
▲순천만어싱길 (사진=순천시)

유난히 새파란 하늘과 내리쬐는 햇볕, 그 아래로 여유로움이 잔뜩 묻어나는 공원과 해변에서 신발을 신지 않은 채 흙과 잔디를 직접 밟으며 환하게 웃는 이들이 있다. 그들 표정은 구겨진 곳 하나 없이 자유로워 보인다.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호주(Australia) 시민 모습이다.

순천에도 호주 사람들이 부럽지 않은 공간 '어싱길'이 생겼다. 한곳이 아닌 여러 곳에 있어 찾는 이의 기분을 들뜨게 한다. 맨발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어싱길은 시민과 방문객에게 건강한 자유로움을 선물하고자 만들었다. 저마다 일상을 살아가며 잔뜩 움츠리고 굳어버린 몸과 마음을 어싱길 위에서 풀어보게 하자는 생각에서다.

◇ 맨발로 지면을 걷는 어싱길… 건강에 최고

어싱(Earthing)은 지면을 맨발로 걸으며 접촉하는 접지를 뜻한다. 자연을 감상하며 치유하는 웰니스 체험이다. 맨발로 걸으면 발가락을 쫙 펴게 된다. 네번째와 다섯번째 발가락이 펴지면 고관절 등 뼈 건강에 좋고, 항산화작용과 혈액 희석효과를 볼 수 있어 질병 예방과 치료는 물론 노화도 늦출 수 있다.

평소에 알 수 없었던 생소하지만 다양한 감각이 발바닥을 통해 전해진다. 걸음을 내디디면 내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고 발바닥 어느 부위가 가장 먼저 땅에 닿는지, 몸의 중심이 어느 곳으로 기울어져 있는지 느낄 수 있다.

비판철학 대가 칸트는 산책을 사랑한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매일 오후 5시가 되면 산책을 나서 이웃 사람이 그 모습을 보고 시계를 맞출 정도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오랜 시간 아테네 중심부 아고라(광장)를 거닐며 시민, 특히 청년에게 지식을 나눴다.

이들처럼 산책하고 거닐며 사색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어싱길은 3개 구역에 모두 8곳(국가정원 6, 저류지 1, 순천만 1)을 조성했다. 전체 연장은 12㎞에 달한다.

어싱길 이미지(사진=순천시)
▲어싱길 이미지 (사진=순천시)

◇ 도심과 정원 등 8곳 총연장 12㎞ 조성

첫번째 도심 공간에 만들어진 어싱길은 오천그린광장과 그린아일랜드를 이어준다. 누구에게나 개방되는 무료 공간으로 길이는 2.5㎞다. 너른 잔디밭과 그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아이들은 오천언덕 꼭대기를 향해 뛰어가는 곳이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쉼과 치유를 얻는다.

두번째 어싱길은 아름다운 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순천만국가정원에 조성했다. 국가정원 동원 주관람로를 따라 걷는 '국가정원어싱길' 2.1㎞를 비롯해 총 6곳을 마련했고 길이는 5.1㎞다. 바람에 살랑이는 꽃잎과 정원수, 국가별 특성을 담아 조성한 각양각색 정원까지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

호수정원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비오톱 습지로 가는 공간에 만들어진 '개울길'도 눈길을 끈다. 개울길은 앵무언덕 아래서 출발해 바위언덕을 끼고돌아 이탈리아 정원 옆을 지나 메타세쿼이아길까지 개울 양쪽에 자리잡았다. 개울길을 걸으며 개울가에 식재된 갖종 꽃을 감상할 수 있고 주변 잔디광장 탁트임을 느낄 수 있다.

개울길 광장 조감도.(사진=순천시)
▲개울길 광장 조감도 (사진=순천시)

◇ 순천만 갈대꽃 군락보며 걷는 4.5㎞… 어싱길 '백미'

세번째 구역인 순천만은 어싱길 백미라 할 수 있다. 햇빛에 반짝이는 갈대꽃 군락이 은빛 물결을 그려내고 갯벌 위로 붉은 낙조가 지는 장관을 안고 있는 곳이다. 4.5㎞구간에 3개 어싱길 코스를 조성했다.

1코스는 '람사르길'로 이름 지은 0.4㎞구간이다. 순천만습지 주차장 입구에서 대대선착장까지 6분정도 걸린다. 2코스는 대대선착장에서 시작해 남파랑길 제방을 따라 생태체험장까지 1.2㎞가 이어진다. '세계유산길'로 이름이 붙였고 탐조대와 탐조쉼터, 정자, 포토존을 설치했다.

제방 안쪽 논은 흑미를 심어 추수 무렵 '대한민국의 미래 순천만정원'이란 문구를 볼 수 있도록 '논 아트'를 진행하는 장소다. 겨울에는 수천마리 흑두루미가 먹이활동을 하는 곳이다.

3코스는 생태체험장에서 장산마을 앞 장산소공원까지 2.9㎞에 걸쳐있다. 제방 너머 너른 갯벌이 펼쳐져 있는 점에 착안해 '갯골길'이라 했다. 코스 끝 부분에 설치한 갯벌관찰장에서는 갯벌과 이곳에서 살아가는 짱뚱어, 고둥, 칠게, 붉은발농게 등 생물과 물새류를 눈 앞에서 볼 수 있다.

순천만 어싱길은 걷는 이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마사토로 된 흙길과 양잔디인 켄터키블루그라스를 교대로 배치했다. 편의시설로는 코스 시작점과 중간, 마무리 지점에 세족장을 마련하고 코스 중간 지점인 생태체험장에 화장실을 구비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건강과 친환경을 가치로 어싱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친환경적 건강 인프라인 어싱길을 중심으로 맨발걷기, 걷기명상 등을 접목해 웰니스 시대를 즐기는 건강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지정운 기자 zzartso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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