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개입 의심' 조합장 발언 녹취록 나와
설계용역·시행대행사 교체 후 인허가 일사천리
풍덕지구 담당 市 간부 퇴직 후 관련업체 취업
일부 조합원, 순천시·조합·공무원 유착의혹 제기
퇴직공무원 수사 선상... 검찰, 조합 등 압수수색

▲순천시-풍덕지구 A조합장-설계업체 B사-퇴직공무원 D씨 관계도 (이미지 디자인=양준석 기자)

[순천/남도방송] 전남 순천 풍덕지구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 전 순천시청 간부공무원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가운데 설계용역업체 선정과 인허가 등 과정에 순천시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의심되는 발언을 한 조합장 녹취록이 나왔다. 당시 개발 업무를 맡은 해당 간부공무원이 퇴직 후 관련 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 수사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순천풍덕지구도시개발사업조합 조합원 등에 따르면 현 조합장 A씨가 2017년 5월 조합장으로 취임한 뒤 기존 설계용역업체와 계약을 파기하고 새로운 업체 선정 과정에 순천시가 적극 개입했다고 의심되는 발언을 한 녹취록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녹취록 등에 따르면 A 조합장은 2018년 5월 조합원 대상으로 한 사업 설명회에서 "제가 조합장에 당선되고 전 시행대행사·설계용역업체와 함께 순천시에 가서 협의를 해 보면, 순천시에서는 큰 회사에 용역을 해야 만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우리 지역은 생산녹지라는 이유로 다(인허가) 반려가 돼 저는 순천시 수용 통보를 받기 위해 가장 믿을만한 회사, 능력 있는 회사를 알아보는 과정에 설계용역업체 B사와 시행대행사 C 건설업체를 선정해 순천시로부터 수용 통보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일부 간부 조합원 사이에서는 "A 조합장이 (순천시가) 기존 용역업체와는 소통이 안 된다. 용역사를 교체해야만 순천시에서 사업 인가를 내주고 빠르게 개발이 된다고 했다"면서 "조합장이 순천시 담당부서 말을 듣지 않으면 원활한 사업진행이 어렵다는 식으로 밀어붙이면서 특정업체를 선정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풍덕조합은 A 조합장으로 교체되기 전까지 순천시청 도시과로부터 지속적으로 인허가가 거부됐으며, A 조합장이 취임한 뒤 B 설계용역업체와 C 시행대행사로 바뀐 후에야 인허가가 순조롭게 풀렸다는 게 조합원들 설명이다.

공교롭게도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전 순천시청 간부공무원 D씨가 재직 당시 풍덕지구 개발사업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D씨는 퇴직 후 풍덕조합이 설계를 맡긴 B사에서 수년간 부사장으로 재직한 사실도 드러났다. D씨가 취업한 B사는 순천시가 지난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풍덕지구 택지개발 타당성 용역을 수행한 바 있다.

이처럼 순천시 도시개발을 전담하는 부서에서 장기간 근무한 D씨가 관련부서 재직 당시 순천시가 발주한 풍덕지구 개발 관련 용역을 B사가 수행했으며, B사는 이후 2018년 민간개발인 풍덕조합 설계도 맡았다. D씨는 이 설계업체에 퇴직 후 취업했다.

이 때문에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A 조합장과 B사, D씨가 풍덕지구 개발에 모종의 역할을 한 것 아니냐며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풍덕지구 한 조합원은 "A 조합장 취임 전과 후 설계를 비교하면 특별히 달라진 게 없었지만 B사로 바뀐 후 일사천리로 인허가가 났고, 조합장 발언과 D씨 행적을 보더라도 유착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B사 관계자는 "민간 일은 리스크가 많아 우리 회사는 일을 맡지 않으려고 했으나 A 조합장이 우리에게 찾아와 설계를 해달라고 사정해 맡게 됐다"면서 "이전에 일을 맡은 업체들이 제시한 서류가 순천시에서 번번이 반려되다 보니 우리 회사로 온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20여 년간 풀리지 않던 조합 일이 우리 회사에 와서 잘 풀렸는데, 일부 조합원들이 경찰에 우리를 상대로 투서를 하기도 했다"며 "조합이 우리 회사에 특혜를 준 것처럼 보고 그것 때문에 조사를 받고, 회사 대표는 민간 일을 안 하려 한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A 조합장은 녹취록 내용에 담긴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응하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토지 매입 과정에 조합장 등 조합 관계자들과 건설사가 10억원 상당 뇌물을 주고받았다는 의혹과 사업 인허가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조합 사무실과 건설사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이들의 비리 연관성을 캐고 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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