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남도방송]저녁을 먹기 위해 우연찮게 들른 식당에서 젊은 새댁이 부지런하고 상냥하게 인사하며 깔끔한 음식들을 정성껏 대접하는데 무언가 조금, 아주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음식을 먹다가, 젊은 새댁의 한마디,

“제 친정이 고흥인데요 저희 친정엄마가 저한테 젊은 것이 음식의 음자도 모르면서 음식장사 한다고 걱정이 태산 같으셔서 친정 뒷 텃 밭에 묻어 놓았던 묵은 김치를 몇 독아지 있다고 맘껏 가져다 쓰시라고 주신거에요. 모양은 안 이뻐도 무농약에 고흥 시골식이라 깊은 맛이 아주 괜찮을거에요. 그래도 친정엄마가 동네 김치는 다 담가 주시고 다니실 정도로 음식솜씨는 괜찮으시거든요”

다음부터 젓가락은 무조건 시디시고 색마저 이상한 묵은 김치를 향하고 김치 추가에 공기 추가를 해 본 기억을 한 번 쯤은 가지고 있지 않는가?

이 경험은 시디시고 이쁘지도 않던 묵은지가 고흥이라는 시골에서 자식들을 생각하며 정성껏 담았을 새댁의 친정엄마를 연상하면서도 어릴 적 자신들의 어머니가 자신들에게 해 주었던 투박하지만 정성스러웠던 자신들의 엄마표 김치를 떠올리며 먹기 때문에 그 김치는 세상의 어느 김치보다 맛있고 이쁜 김치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게 바로 이야기 맛이다. 새댁의 말 한마디가 묵은지의 격을 너무나 많이 바꾸어 놓았다. 새댁이 말을 하지 않았다면 김치를 맛 본 손님들 대부분은 주인, 내지는 주방의 음식솜씨를 탓하고 다시는 재방문을 고려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음식점에서는 어떤 종류이든간에 스토리를 만들고 이에 대한 립서비스가 병행 되어야만 한다.

최근에 여수의 한 서대회 전문점을 방문한 적이 있다. 부둣가 아주 좁은 공간에서 절반 이상이 부엌이고 손님은 2층 다락으로 올라간다. 2층이래야 4인용 테이블 7개가 겨우 놓이고 옆 테이블에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비좁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빈자리라고는 방금 나간 손님이 일어선 자리일 뿐이다. 다들 서대회무침을 밥에 비벼먹고 상추에 싸먹고 서로 먹여주고 막갈리 안주로 먹고 난리들이다.

서대회 무침이 나온 순간 전라도사람, 특히 서대회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한 사람인 필자로써는 무침재료나 모양새, 심지어 맛에서도 심한 실망을 하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이리 많고 맛있게 먹는걸까? 혹시 필자의 입 맛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을 잠시 해 보았다.


얼마 후 이 집은 60년 전통이 있고 3대째 하고 있으며 서대는 꼭 국산 서대만을 사용하고 국산 서대의 양이넉넉지 않아 구이나 조림으로는 아까워 요리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회무침 만을 한다.

회무침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식초는 막걸리 식초만을 이용하고 막걸리식초도 처음에 할머니가 만드셨던 식초의 원균을 배양해서 쓰기 때문에 식초의 맛을 60년째 똑같이 유지할 수 있다.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지만 다른 집과의 차별화와 우리집 만의 고유한 특성을 위해 60년 동안 똑같은 방법으로 요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때부터 서대회무침의 맛은 달라졌다. 조금씩 입에 넣어 식초의 향을 맡고 음미하려 노력하고, 서대의 살 맛은 어떻게 변화되었으며 이런 고기 맛이 나는 이유는 식초 영향일까? 아니면 무채의 영향일까? 무채의 물은 어떻게 잡았을까? 설탕일까? 물엿일까? 식초일까? 소금일까? 차라리 물어 보는게 빠를까? 가르쳐 줄까?

이처럼 말 한마디 정보 한가지에 음식을 대하는 태도도 맛도 너무나 많은 차이가 난다. 음식의 맛이 기본을 전제한다면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음식을 더욱 맛깔나게하는 양념의 그 어떤 것 보다도 우수한 재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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