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남도방송]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것이 광고다. 광고가 없다면 생산자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알릴 수 없고 소비자는 제품에 대한 기초 정보를 얻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광고는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게 해주는 중요한 매개변인이다.

광고는 자본주의만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작동을 위해서도 매우 큰 역할을 한다. 치자와 피치자 사이에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언론매체라면 그 언론매체의 존립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광고다. 광고가 없다면 저렴한 대중매체는 존재할 수 없고, 그럴 경우 국가는 상의하달과 하의상달을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광고의 이런 오묘한 원리 때문에 광고주의 광고 판매에도 책임과 윤리가 따른다. 광고주가 정치적인 이유로 매체를 선별한다면 매체 역시 광고주에 대한 보도에 공정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광고주가 매체를 차별대우함으로써 일시적으로 특정 매체에 타격을 가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럴 경우 민주주의의 메커니즘 자체가 흔들려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안정적인 존립기반까지도 위협한다.

특히 인상적인 일은 광고주협회가 소비자보호단체와 공동으로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 시상제도를 만들어 상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광고주협회는 또한 환경부와 함께 ‘환경상’을 만들어 시상하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활동을 통해 광고주협회는 광고주의 사익을 대변하는 기구가 아니라 광고주와 소비자를 아우르고, 아울러 환경문제까지도 숙고하는 존재로 거듭났다. 그런 일은 궁극적으로 광고주인 경제인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일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요즘 그 광고주협회가 삐걱거리고 있다. 광고주협회의 자율성을 무시하여 광고주협회를 경제인연합회 직속기구로 환원하고 경제인단체 부회장이 자동적으로 광고주협회 회장을 맡게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어느 신문은 전경련의 이런 조치가 정부의 사주나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광고주협회가 일부 시민단체의 광고주 압박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데 대해 응징의 차원에서 정부가 전경련을 통해 공작을 하고 있다는 설도 돌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할 때 스스로 신자유주의를 표방했다.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일은 시장의 논리에 맡기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신자유주의가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철학이라면 광고주협회에 대한 자질구레한 간여는 접어야 한다. 정부가 전경련을 부추겨 광고주협회를 위축시키거나 사실상 해체하려는 것은 신자유주의와는 맞지 않는 하지하책(下之下策)이다. 다시 1988년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전경련 최고 책임자가 대통령과 어떤 관계인지를 천하가 다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발상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김민환,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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