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남도방송] 11일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의 미국산쇠고기 전면수입반대 촛불시위를 가리키며 참여한 사람들에게 반성을 요구했다.

그리고 바로 그 전날인 10일에는 그 당시 주무부서 책임자였던 정운천 전북지사후보가 촛불시위세력들에 대한 사과요구 성명을 냈다.

특히 정운천후보는 성명서 속에 “좌파단체들이 주도한 거짓 광우병 괴담극,” “거짓 선동으로 학생들까지 꼬여내 촛불시위를 주도,” “침묵을 지킨 전문가집단도 반성해야” 등등의 자극적인 표현까지 아끼지 않았다.

▲ 전주대학교 사회과학부 부교수 임성진
지방선거가 본격적인 막을 올리려는 예민한 시기에 이런 말이 나온 걸 보면 일종의 선거전략 같기도 하지만, 소위 장관출신이라는 정치인의 이러한 시대인식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온 나라를 촛불로 뒤덮으며 민주주의를 외쳤던 시민들의 숭고한 정신이 이처럼 짓밟히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30년 전인 1980년 5월 광주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시 광주에서는 권력에 눈이 먼 신군부집단이 시민들을 상대로 처참한 만행을 저질렀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공수부대원들의 손에 죽어갔다.

보다 못한 시민들이 목숨을 내던지며 항거했던 처절한 열흘간은 세계인을 감동시켰고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가장 중요하고도 가슴 아픈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런데 적절히 표현할 단어조차 찾을 수 없었다던 5월의 참극을 경험한 시민들을 가장 괴롭게 했던 것은 정작 형제자매와 이웃들의 죽음이 아니었다.

그 것은 바로 무고한 시민들의 저항이 정부와 언론에 의해 불순분자와 폭도들의 난동으로, 심지어는 북한의 사주를 받은 빨갱이들의 소행으로 매도되었다는 사실이다.

광주항쟁을 일으킨 것은 일부 불순세력도, 좌파집단도 아닌 그저 평범한 시민들이었기에 이들의 억울함과 분노는 지금까지도 그들의 가슴속에 깊이 남아있다.

불행히도 이처럼 시민들의 순수한 요구와 저항이 불순한 집단들의 불순한 저의로 매도당하는 일이 5·18 하나로 끝나지 않고 있다.

바로 2년전 미국산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며 전국 각지에서 수많이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던 촛불집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사실 평범한 생활인들이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고 토론하며 촛불을 드는 모습에 필자는 처음에 적지 않게 놀랐었다.

심지어 시민들의 요구를 대변한다는 시민단체들 조차 촛불집회에 뒤늦게 따라나섰을 정도로 당시 주부와 학생, 일반시민들로 구성된 생활인들의 행동은 적극적이고 주도적이었다.

그리고 촛불집회의 주도세력이 시민 스스로였기에 집회의 역사적 의미는 더욱 컸다. 이런 그들을 좌파의 선동에 휘말렸다고 폄훼하는 것은 무고한 일반 시민들 모두를 좌파세력으로 모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전주대학교 사회과학부 부교수 임 성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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