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용수동 와룡산장 ‘토종닭 구이’

[맛집/남도방송]음식이 맛이 있고 더불어 분위기가 있는 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웬지 바람이 불어 목적지에 도착하니 이미 주차된 자동차 수와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내부를 짐작케 한다.

왜 사람들은 이 골짜기까지 닭 한 마리 먹겠다고 야단법석으로 부산을 떨면서 올라 왔을까?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주위를 들러보니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꽤 많이 왔다.

아장거림도 아직은 서툰 어린 꼬마 여자애부터 그 녀석이 아장거리다 넘어지면 어쩌나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돌리지 못하는 앞니 빠진 인자하신 할아버지까지 온 가족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무언가를 맛있게들 먹고 있다.

▲ 가슴살, 근위(똥집), 껍질과 야채가 어우러져 차려진 닭 육회 요리 차림

신선도의 척도, 닭 육회
신선도를 보장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요리 중의 한 가지가 바로 육회이다. 구워서도 그렇고 삶아서도 약간은 퍽퍽한 느낌을 갖게 하는 닭 가슴살은 얇게 육회로 먹는다면 곱씹을수록 베어나는 육즙의 향에 목젖을 넘기기도 전에 이미 젓가락은 고기 한 점을 들어 고운소금에 고소한 참기름을 뿌린 소금장에 있을지도 모른다.

소금장에 찍어서 담백하게 먹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양파와 묵은 배추김치 등 야채를 곁들여 쌈으로 먹는다면 야채들의 아삭거림과 닭 살의 담백함이 어우러져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자칫 질기지 않을까하는 염려는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손녀를 쳐다 보시던 할아버지의 흐뭇한 눈가의 미소와 불룩해진 볼 살에서 이미 가져간 듯 하다.
▲ 생 양파 위에 닭고기, 묵은지, 마늘, 고추, 쌈장을 얹으면 한 입이 안성맞춤


요리연구는 꾸준히
양념에 버무려진 생닭이 마늘조각들과 함께 약간 연한 노란색을 띠고 있다. 알고 보니 강 기선(52)사장님이 울금의 효능을 알고 직접 자신의 밭에 울금을 심었다가 응용할 방법을 연구하던 중 가루로 빻아 양념에 가미하고 백숙에도 응용을 하셨다 한다.

가미된 울금은 마늘양념에서 조금은 미흡하다 싶던 잡냄새를 잡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울금은 항암 및 건강 보조식품으로 최근에 널리 알려지면서 부터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식품이고 세종실록지리지 등의 고서에는 이미 순천도호부의 특산으로 등록되어 있어 일부학자들은 순천을 울금의 시배지로 일컫기도 한다.

그러한 울금을 맛잇고 신선한 닭과 함께 먹을 것을 생각하니 벌써 힘이 더욱 치솟는 느낌이다. 20여년의 산장을 운영하는 동안에 강 기선사장님은 이렇게 고객의 건강과 맛을 생각하며 음식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으셨다 한다. 

▲ 마늘과 울금으로 즉석양념을 가미하여 제공된 모습

닭을 갈비처럼, 마늘은 껍질째
큼지막한 참숯 덩어리가 담긴 숯가마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모양새를 보니 사장님의 노력과 연륜이 읽혀진다.

석쇠가 달궈지기를 잠시 기다렸다가 뼈가 붙어있어 마치 갈비처럼 생긴 녀석들을 올리고 와룡 산장만의 또 하나의 별미 껍질째 구워먹는 통마늘을 올리니 누렇게 익어 까뭇거려 가는 껍질에 기름이 좌르르 베어나고 익어가는 마늘냄새가 쳐다보는 이들의 엉덩이를 마냥 들썩이게 한다.

뼈를 잡고 통째로 뒤집으니 내 입 안의 가만히 있던 혀가 꼴까닥 같이 맴돌아 가득 고인 침을 목안으로 넘긴다.
▲ 참 숯 위에 닭다리 부위가 구워지고 있는 모습

시름도 더위도 골짝바람에 날리다
구이를 다 먹어갈 즈음 닭요리의 백미 닭죽이 나온다. 양푼 그득히 내어나오는 양이 덥석 겁을 준다. 잘 고아져 뿌연 육수에 하얗게 맑은 쌀 죽 틈새로 닭의 작은 뼈가 보이고 녹두, 당근 등이 보인다.

입술을 거치는 보드라운 감촉으로 입안으로 들이니 내부를 감돌아 목으로 절로 흐른다. 먹다보니 어느새 곁에 있던 이의 그릇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해 한 껏 숟가락을 채워본다.

고개를 들어 비로소 하늘을 보니 목뒤로 흐르는 땀을 골짝바람이 살랑살랑 채임질 하며 오를 때 지고 왔던 머릿속의 크나큰 시름도 같이 가져간다.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가 정겨워지는 것은 비단 배가 불러서만은 아니리라.

▲ 진한 육수와 야채가 어우러져 푹 끓인 닭 죽

<음식점정보: 순천시 용수동 552, 061)755-7732, 토종닭구이, 백숙, 옻 닭, 닭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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