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 위해 짜 맞췄다”…조사 충분치 못해

 

구례군은 한국기록원이 경남 하동군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차나무를 재배한 시배지로 인증한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구례군과 하동군간의 차 시배지 논란은 사실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오고 있으며 논란의 핵심에는 차 전래에 관한 유일한 공식기록인 삼국사기 문헌의 해석에서 비롯된다.

 삼국사기 권10 흥덕왕 편에 “당나라에서 돌아오면서 사신 대렴(大廉)이 차종자를 가지고 오니 왕이 지리산(地理山)에 심게 하였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데, 지리산 일대임에는 틀림없지만 정확히 어디인지는 불명확하여 두 지자체 뿐 아니라 관련 학계의 오랜 논란거리가 되어온 것이다.

 이러한 논란의 우위에 서기 위해서인지 하동군에서는 지난 5월 30일 한국기록원을 방문하여 하동군 화개면의 경상남도 지정기념물 제264호인 ‘천년 녹차나무’와 ‘차 시배지’가 국내 최초임을 검증하여줄 것을 의뢰하여 지난 7월 1일 국내 최고(最古) 차나무와 최초 차 재배지로 각각 인증하는 인증서를 수여받은 바 있다.

 하지만 구례군에서는 이번 국가기록원의 인증과정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증을 위한 기록원 측의 충분한 현지 조사가 이루어 지지 못한 채 하동군이 제시한 자료만을 바탕으로 인증서를 발급하여, 관련 학자 및 구례군의 자료나 입장은 전혀 고려치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내 최초라는 호칭을 수여하면서 다른 지역은 전혀 조사치 아니하고 하동군을 차 시배지로 인증하기 위해 짜 맞춘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에 전달된 인증서는 ‘확정’이 아닌 ‘추정’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 새로운 자료가 발견되면 인증서 내용은 바뀔 수 도 있다”는 김덕은 한국기록원장의 발언에도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두 곳 중 어느 곳이 시배지인지 확실한 반증을 제기 하기 힘든 상황에서 인증서를 발급한 것은 사실상 확정에 가까운 인증효과를 준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구례군 관계자는 대렴공이 왕명으로 차종자를 심었다는 의미는 국왕의 기념식수를 심는 것과 같은 의미로, 지리산 중 한국의 화엄십찰 중에서도 대찰에 속하는 화엄사와는 상당한 거리에 있고 그 당시 첩첩산중에 묻혀 알려지지도 않은 화개 근교에 심었으리라고는 추정하기 어려울뿐더러 통도사 사적에도 ‘대렴(大廉)이 가져온 차종자를 장죽전(長竹田)에 심게 하였다’고 적혀 있는 상황에서 어떤 근거로 인증을 하였는 의문이라며 국가기록원은 하루빨리 인증을 취소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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