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매곡동서 여순사건 유해 발굴 개토제

  “내 살아 있을 때 아들로서 부모님의 묘지를 좋게 만들어 편히 모시고 싶다”
  여순사건 피해자 유족 황종권(원로목사.73) 씨의 말이다. 황 목사는 60년 전 당시 13살의 나이로 아버지, 어머니, 형님, 형수, 조카 등 4명의 가족이 총살을 당해 이곳에 함께 묻혀 있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29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순천시 매곡동(매산등)에 시신 27구가 묻혀 있는 장소에서 여순사건 피해자 유해 발굴 개토제를 열고 발굴 작업에 착수했다.
  이 발굴 작업은 한 달 여 기간 동안 5천여 만 원을 들여 진행된다.
  장준표 전국유족협회 상임대표는 추도사에서 “아버님, 어머님, 형님 너무 보고싶습니다. 어디계시나요 이 못난 불효자식 인사올립니다. 아버님 어찌 눈을 감으셨습니까 말좀 해보세요” 라고 말해 참석한 유족들과 주변 주민들이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노관규 순천시장도 추도사에서 “진실·화해위의 유해 발굴 사업에 적극 협조하여 아픈 역사를 용서와 화해로써 포용하고 명예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개토제 행사가 끝난 뒤 시신들이 묻힌 곳에서 황 목사와 같은 피해를 입은 유족이 60년 만에 만나 처절했던 여순사건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기도 했다.
  특히 이곳에는 매장 당시 의사인 정인대 씨가 페니실린 병에 희생자의 이름을 적어 시신과 함께 묻은 것으로 알려져 페니실린 병의 발굴에 관심을 끌고 있다.

  발굴한 유해는 유전자감식을 통해 내년 3월경 신원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할 일은 많은데 현 정부 들어 과거사 정리 위원회의 역할에 비협조적이다”고 말하고 “2010년 4월에 끝나는 위원회의 활동이 연장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아직도 발굴 작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지역이 많다”며 “전남 동부지역은 구례에 이어 이곳 순천 두 군데 뿐이다”며 “이는 정부 예산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힘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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