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7월1일부터 시작된 민선 자치단체장들의 임기, 이제 벌써 5개월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업무파악도 끝났고, 새로운 행정과 정책을 펴면서 백성들의 아픔을 해결해주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임기가 시작되던 그 무렵, 다산연구소에서는 간절한 충고의 말씀을 자치단체장들에게 올린 바 있습니다. 맨 먼저 가난하고 천한 사람들을 배려하고 안아주는 일부터 시작하라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산의 『목민심서』에서는 더 긴급한 일부터 처리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취임하는 그날에 사족들이나 일반백성들에게 영을 내려 자신들이 당하는 고통이나 말하고자 하는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건의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發令於士民 詢瘼求言 : 赴任편 莅事조) ‘순막구언(詢瘼求言)’이라는 네 글자에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가로막혀서 소통하지 못하게 되면 그로 인하여 답답하게 되니 찾아와 호소하고 싶은 백성들에게 부모의 집에 들어온 것과 같이 해주어야만 훌륭한 수령이라고 할 수 있다”(刑典 聽訟上)라는 대목은 민막(民瘼)을 들어주려면 어떤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것까지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백성들에게 알려주는 내용의 양식까지도 다산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역 안의 각계각층의 인민들에게 공문을 보내 아래와 같이 말한다. ‘자치단체장이 알리려는 일은 묵은 폐단이나 새로운 병폐로 인민들의 고통이 되는 것이 있으면 동(洞)이나 면(面) 안의 사리에 밝은 사람 5~6명이 한 곳에 모여 조목을 들어 의논하고 문서를 갖추어 가져오게 하라....’ 후한이 두려워 올바르게 전달하기 어렵다면 중간의 사람을 거치지 말고 단체장 본인에게 밀봉하여 직접 전달하도록 하라” (莅事) 라는 내용인데, 민막이 알려지면 자신들이 불리한 처지에 놓일 사람들이 행여라도 방해할 것 까지 다산은 미리 예방하는 조치를 말하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천하며, 약하고 힘없는 인민들, 그들이 마음 편하게 살아갈 길을 열어주는 사람이 옛날로 보면 어진 수령이고, 요즘에는 훌륭한 자치단체장들이 아닌가요. 관(官)과 민(民)의 불통을 해결하여 그들의 억울하고 원통한 일이 없도록 원활한 소통을 그렇게도 희구했던 것이 다산의 염원이었습니다. 전제군주제의 다산시대에도 다산은 그런 간절한 뜻을 펴고 있었는데, 요즘에도 그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1인 시위로 원통함을 호소하는 사람들, 신문에 대형광고를 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요즘처럼 정보매체가 발달되고 통신이 빠른 세상, 단체장님들, 귀를 열고 눈을 똑바로 떠서 억울한 백성들이 없도록 노력을 기우리시면 어떨까요.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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