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진 전남시민단체연대 공동대표

[오피니언/남도방송] 여수에서는 지금 모든 것이 '2012여수세계박람회'라고 하면 다 통한다. 주민 발의로 제정한 무상급식 조례에 따라 전임 시장이 약속하여 실무진에서 차근차근 준비한 무상급식 예산도 박람회 때문에 없었던 일로 하였다.

모든 예산을 아껴서 박람회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 투입하겠다는 것에 시민들은 일정 부분 이해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수시가 의회에 상정한 2011년 예산을 보면 그렇지 않다. 예상과 달리 시장이 박람회를 내세워 특정한 목적을 위해 슬그머니 예산을  끼워넣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예산서에 재정 운용 방향에 '박람회 기반 시설 확충을 위해서 시내 도로 교통망 확충 및 도로망 정비, 부족한 주차장 확충'을 내세웠다. 일반회계에서 지난해보다 78억원이 늘어난 88억원을 주차장 특별회계로 전입을 하여 예산을 마련하였다.

이를 남산동 공영주차장 확장에 10억원, 흥국상가 주변 공영주차장 2억, 봉강동 서초등학교 주변 공영주차장 3억원만 투입하고, 시청 뒤 용기공원 주차장에 48억원을 책정하였다.

용기공원 주차장은 부지는 시 소유이므로 48억원이 모두 산을 밀어 없애는 토목 공사와 시설비이다.

실제 용기공원 주차장은 박람회장과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고, 이미 시청 안 주차장과  수자원공사 주차장, 축협 뒤 주차장 등 인근에 크고 작은 주차장이 많아서 당장에 주차장이 필요하지 않다. 시청 주변은 주차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시청 안 문예회관 옥상 주차장 신설 계획이 세워져 있고, 선소 복원 사업이 완공되면 바로 그 앞에 대형 주차장이 생긴다.

그런데도 주차장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통합 청사를 짓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주차장이 들어설 곳은 바로 현 시장이 지난 3기 시장 시절 통합 청사를 짓기 위해서 부지로 사들인 공원 용도의 산이기 때문이다.

시민 반발 정서를 의식해서 박람회를 내세워 주차장을 만든다고 하면서 산을 밀어버리고 부지 정리를 하는 것이다. 

시민들은 600억원 정도 들어가는 통합 청사 신축은 지방채를 발행하면서까지 시내 도로를 만들고 있는 시의 재정 형편 등을 감안할 때 시급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동양 최대 석유화학 산단이 있는 우리 지역으로서는 녹지를 충분히 확보해야 대기질 오염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도 골프장을 만든다고 하면서, 공장 부지를 늘린다고 하면서 산을 없애고 있다. 이제는 시가 시청사를 짓기 위해서 멀쩡한 산을 없애겠다고 한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뿐만 아니라 조그만 도시들까지도 도심 녹지 공간을 늘리기 위해서 많은 부지를 사들이고 시설을 하고 있다. 쾌적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도심 공원을 늘리고 있는 마당에 역행을 하는 용기공원 주차장 신설은 재고되어야 한다.

오히려 이런 예산을 일자리를 늘리는데 투입을 해서 인구 유출을 막던가, 아니면 살고 있는 시민들의 만족시키기 위해서 다른 지역에서도 실시하는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일에 써야 한다.

더 중요한 박람회장 인근 시가지 정비를 하는데 힘써서 해양관광레저도시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한다.

지금 시청사가 나눠져 있어서 시장과 공무원은 불편할지 몰라도 시민들은 그렇게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다. 전자 결재와 화상 회의, 인터넷 민원 처리, 스마트폰 시대에 청사를 지어야만 행정 서비스를 늘릴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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