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아랫장 시장 팥죽의 " 팥죽"

[남도방송]이제는 춥다는 소리마저 꽁꽁 얼어붙어서 입술이 쩌억쩌억 얼음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어느새 20일을 향해 달려가는 날짜가 설이 며칠 남지도 않았다.

다들 물가야, 금리야, 유가야 날 만 바뀌면 오른다는 뉴스 투성이인데, 올 설은 또 어찌 장만할까나.

슬슬 이제는 대목장이 제법 준비일듯 싶어 순천의 아랫장을 향한다.

날도 추운데 일단 먹고 시작하자.

▲자칫 넘칠만큼의 양이 제공되는 팥죽.

시장에 왔으니 시장표 팥죽 한 냄비가 최고다.

 

▲홍두깨 대신에 빈 맥주병을 사용하여 반죽을 민다.

 

▲팔팔 끓인 팥 물에 면을 넣고 눌지 않도록 저어준다.

 

새벽 4시 부터 나와서 재래식으로 반죽하고 손으로 일일이 밀고 칼로 잘라서 만든 칼국수. 이른바 수타로 만든 칼국수다.

40여 년 동안을 해 온 솜씨인지라 그 옛날 한 석봉의 어머니 떡 써는 품이 부끄러워 할 정도로 반듯하고 일정하다.

그만큼의 세월동안 고락을 함께 했을성 싶은 나무 작대기.

저 끝으로 또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주었을까나~

 

▲입구 전면. 간판도 전화도 없다. 그냥 가면 그 자리에 그렇게 있다.

 

 

▲개별용기에 나누어 담는 모습.

 

자제분들이 어머니 고생하시는 모습이 비쳐지는 것을 싫어 한다고 사진 찍는 것을 한사코 거부 하신다.

"즈그들이 엄니 좋아서 하는 일을 왜 말려, 이!"

"즈그들이 엄마 고생 흔 것은 알아도, 요고이 나 재민줄은 잘 모르꺼이마. 나이믁고 맨날 아프다 그래 쌈시롱도 일을 흔께 머라 그래싸제"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쫄깃한 면발이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싶다.

세월이 지나면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지지만, 나이먹고도 자신의 일터가 있음이 좋고, 자신의 할 일이 있음이 가장 큰 행복이다 싶다.

장사를 오랫동안 해 오면서 장사의 재미를 아는지라 손님이 내 가게 문턱을 넘어 서는게 제일 좋으시다는 사장님.

"나이가 일흔흐고도 다섯이나 넘어놓고 어찌 얼굴이 옛날 그대로다요, 뭘 잡수요? 맨 날 팥죽만 잡수요?"

 "아이, 염병흐네, 늙어서 쭈글쭈글 흐제 이쁘기는 뭐 이뻐?"

 

▲단순한듯 묘한 맛이 느껴지는 깍두기.

 

깍두기 맛 만큼이나 담백하고 간결하고 순박하다.

어떻게 올해까지나 했으면 좋겠다며 당신의 건강을 걱정도 하신다.

죽 얼마냐 물으며 문전에 기대어  배도 부르고 2,000원 밖에 없다는 나이먹은 촌부의 말에 그냥 들어와서 앉아 있으라며 들인 후 내가 집이한테 1,000원 더 받아 무어할꺼냐며 커다란 냄비에 그득한 죽을 조용히 내민다.

"엄니, 한 10년만 더 여기서 만납시다"

"그래, 알았어! 또 와 이잉!"

자제분들에게 맞아죽을 짓을 하고도 돌아서 웃으면서 나온다.

음식점 정보: 순천시 풍덕동 아랫장 보건소 건너편 장옥내 죽집골목. 팥죽,국수 각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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