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아랫장 시장 팥죽의 " 팥죽"
[남도방송]이제는 춥다는 소리마저 꽁꽁 얼어붙어서 입술이 쩌억쩌억 얼음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어느새 20일을 향해 달려가는 날짜가 설이 며칠 남지도 않았다.
다들 물가야, 금리야, 유가야 날 만 바뀌면 오른다는 뉴스 투성이인데, 올 설은 또 어찌 장만할까나.
슬슬 이제는 대목장이 제법 준비일듯 싶어 순천의 아랫장을 향한다.
날도 추운데 일단 먹고 시작하자.
시장에 왔으니 시장표 팥죽 한 냄비가 최고다.
새벽 4시 부터 나와서 재래식으로 반죽하고 손으로 일일이 밀고 칼로 잘라서 만든 칼국수. 이른바 수타로 만든 칼국수다.
40여 년 동안을 해 온 솜씨인지라 그 옛날 한 석봉의 어머니 떡 써는 품이 부끄러워 할 정도로 반듯하고 일정하다.
그만큼의 세월동안 고락을 함께 했을성 싶은 나무 작대기.
저 끝으로 또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주었을까나~
자제분들이 어머니 고생하시는 모습이 비쳐지는 것을 싫어 한다고 사진 찍는 것을 한사코 거부 하신다.
"즈그들이 엄니 좋아서 하는 일을 왜 말려, 이!"
"즈그들이 엄마 고생 흔 것은 알아도, 요고이 나 재민줄은 잘 모르꺼이마. 나이믁고 맨날 아프다 그래 쌈시롱도 일을 흔께 머라 그래싸제"
삶이란 그런 것이다 싶다.
세월이 지나면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지지만, 나이먹고도 자신의 일터가 있음이 좋고, 자신의 할 일이 있음이 가장 큰 행복이다 싶다.
장사를 오랫동안 해 오면서 장사의 재미를 아는지라 손님이 내 가게 문턱을 넘어 서는게 제일 좋으시다는 사장님.
"나이가 일흔흐고도 다섯이나 넘어놓고 어찌 얼굴이 옛날 그대로다요, 뭘 잡수요? 맨 날 팥죽만 잡수요?"
"아이, 염병흐네, 늙어서 쭈글쭈글 흐제 이쁘기는 뭐 이뻐?"
깍두기 맛 만큼이나 담백하고 간결하고 순박하다.
어떻게 올해까지나 했으면 좋겠다며 당신의 건강을 걱정도 하신다.
죽 얼마냐 물으며 문전에 기대어 배도 부르고 2,000원 밖에 없다는 나이먹은 촌부의 말에 그냥 들어와서 앉아 있으라며 들인 후 내가 집이한테 1,000원 더 받아 무어할꺼냐며 커다란 냄비에 그득한 죽을 조용히 내민다.
"엄니, 한 10년만 더 여기서 만납시다"
"그래, 알았어! 또 와 이잉!"
자제분들에게 맞아죽을 짓을 하고도 돌아서 웃으면서 나온다.
음식점 정보: 순천시 풍덕동 아랫장 보건소 건너편 장옥내 죽집골목. 팥죽,국수 각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