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설날도 지나고 입춘(立春)도 지났으니, 그렇게 혹독하던 추위도 이제는 서서히 물러가는 낌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은 자연의 섭리입니다.

아직 동장군의 위세가 남아 있다고 해도, 그 시간이 길지 않음을 여러 징후에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움츠렸던 마음과 몸을 펴고 새 봄을 맞는 기지개를 펴면서 새로운 희망도 가질 때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갖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싫어함을 알면서도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정치에 대한 희망이 없고서야 미래에 대한 무슨 꿈을 꿀 수 있을까요.

다산은 「원정」(原政)이라는 아주 짤막한 논문을 통해 정치가 무엇인지를 간단명료하게 정리해냈습니다.

“정치란 정당하고 바르게 해주는 일이자 우리 국민들이 고르게 살도록 해주는 일이다(政也者 正也 均吾民也).”라고 했습니다. 정말로 간단하고 명쾌한 내용입니다.

똑같은 죄를 범했으나 누구는 무사하고 누구는 큰 벌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절대로 정당하지도 바르지도 않은 정치입니다.

온갖 불법을 감행하고도 누구는 고관대작에 오르고, 누구는 벌금을 물고 감옥에 가는 처벌을 받는다면 그것도 바른 정치가 아닙니다.

어느 당파의 정치인은 잘못해도 무사하고 어느 당파 정치인은 잘못하면 벌을 받아 불이익을 받는다면 공정하고 바른 정치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어느 지역에는 국가 예산이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어느 지역에는 적은 예산만이 배정된다면 그것도 바르거나 고른 정치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어떤 사회단체에는 국가의 예산지원이 넉넉하고 어떤 사회단체에는 예산지원이 적어진다면 그것도 바르고 고른 정치는 아닙니다.

다산의 정치론은 이어집니다. “어찌하여 토지의 이익을 독차지하여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토지의 혜택을 받지 못한 가난한 사람은 더욱 곤란해진다는 말인가.

토지와 농민을 계산하여 공평하게 분배해야 한다. 바르게 하는 것이 정치이니 백성을 고르게 살게 하는 일이다.”라고 갈파했습니다.

빈부의 격차가 좁혀지고, 권력이 분점되며, 모두가 공평하고 고르다는 생각을 지닐 수 있을 때 올바른 정치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시와 농촌의 차이, 지역 간의 차이,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간극이 갈수록 벌어지면서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삶은 팍팍하기 이를 데 없으니 제대로 된 정치라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국가재정이 넉넉해지더라도 고르지 못한 세상은 행복한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 다산의 뜻입니다.

아무리 ‘공정사회’를 외쳐도 되가는 일들은 공정해 보이지 않고, 국부(國富)를 나타내는 숫자가 높아지더라도 민간의 삶은 어렵기만 합니다.

새해, 이처럼 희망찬 시절에 부디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공정한 정치가 이루어지고 서민경제의 질과 양이 나아지기를 또다시 기대해 봅니다. 국민 모두의 희망은 역시 바른 정치, 고른 정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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