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옥룡 제일송어산장의 “송어회 와 황금고로쇠 물”

[남도방송]도선국사가 득도 후 다리가 펴지지를 않아 단풍나무를 잡고 일어서다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거기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고 바로 설 수 있다는 유래로 명명된 골리수(骨利水)가 우리가 접하는 고로쇠의 어원이라 알려져 있다.

2011년이 광양의 백운산 고로쇠 약수제가 31회를 맞이할 정도로 이미 이 지방의 명물이요, 특산이고 전통이 되었다.

지난 2월5일부터 시작하여 3월31일까지의 짧은 기간 동안 만 허가된 공식적인 수액채취 기간인지라 이 시기가 아니면 자칫 또 한 해를 거르고 기다려야만 되는 음식(?)이다.

미루었던 걸음을 마음 바삐 재촉하여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고 또 오르니 백운산 자락 해발 600m 나무숲 사이로 양지바른 곳에 힘차게 유영하는 물고기 가 수천마리다.

1987년부터 자리 잡은 제일송어 산장이다.

첩첩산중에 미처 아직 녹지 않은 얼음들이 군데군데 보이건만 물의 양에 놀라고 반가이 맞이하여 인사하는 힘찬 송어떼에 또 한 번 놀란다.


흐르는 물 그리고 오르는 물.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산의 가장 높은 곳의 흙에서 풀에서 나무에서 머금다 내려 보내는 물이 계곡을 따라 흘러흘러 아래로 간다.

아래로 흐르는 물을 자신의 성장을 위해 자연을 위해 뿌리에서 머금고 나뭇잎까지 오르는 물을 만드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아 맑고 깨끗하게 흐르고 지대가 높아 수온이 일정온도 이상으로는 오르지 않는 차가운 1급수이다.

민물에서 태어나 바다로 갔다가 산란철이 되면 되돌아온다는 청정어 송어가 지내는 곳이다.

높은 산의 500m에서 1,000m사이에서 넓은 손가락 잎들을 팔락이며 등산객들을 빨강, 노랑으로 유혹하는 고로쇠나무는 마냥 흐르는 물이 아쉬워 붙잡아 사람들에게 선물한다.

예전에 할머니가 거치른 음식들을 꼭꼭 씹어 어린 내가 삼키기 좋게 건네주던 애정이다.

잘 정제되고 자신의 영양분까지 듬뿍 담아 민방에 가히 만병통치약이라 일컬을 정도로 효능도 많고 효과도 많다는 통설이다.

오늘 필자는 남도명산 백운산을 흐르는 물의 정기와 깊은 곳으로부터 뜨겁게 치솟아 오르는 열정의 물을 취해 멋진 한 해를 이루리라.


붉은 속살의 감미로움과 달콤한 약수의 조화

연어과의 송어는 연한 붉은 속살을 지녔으며 연어이상의 부드러움과 감미로움을 지닌다.

사람의 체온이 가장 적게 닿아 송어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화려함보다는 자체 유지를 위한 음식코디이다.

접시 또한 차갑게 유지되는 돌판이다.

까만 돌 접시에 연분홍의 속살을 얇은 새하얀 겉살로 살짝 감추어진 모습이, 신혼방의 등잔불에 비추는 실루엣에 지켜보는 이가 참지 못하고 한지 문에 침을 발라 구멍을 내고픈 욕구이다.

한 점을 살포시 끄집어 내어 마주한 순간 좌르르 흐르는 윤기와 광택에 천장의 전등이 이미 몇 개나 내려와 있다.

꼭 집으면 잘려 버릴 것 같아 부드러운 젓가락 힘에 기대어 올라온 송어 살은 코를 자극하고 맴돌더니 어느새 입술에 닿아 감촉만 전하고 혀가 접수한다.

혀에 얹어진 붉은 살은 어느새 산산히 부서지고 목젖과 서로 가지려는 실갱이질에 난 어느새 웃음으로 화답한다.

 

 
이 멋진 음식에 어찌 술을 마다 하리.

하지만 오늘은 사양을 하련다.

이 맑은 물의 정기를 빼앗길까봐 오늘은 또 한 가지의 최고 음식을 선사한다.

제일송어산장의 또 하나의 별미 ‘황금 고로쇠’이다.

고로쇠나무의 종류는 10여 가지가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수액을 채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양 백운산에서도 수종을 관리하고 백운산 고로쇠의 특수성과 일관성을 알리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 필자는 다른 선택을 해 본다.

제일송어산장에도 3그루 밖에 없는 귀한 물이다.

연거푸 몇 잔을 들이킨 후 잠시 송어에 넋이 빠져 잊었던 약수를 다시 챙긴다.

하얀 사기그릇에 어머니가 나를 위해 정성껏 올렸던 정안수 만큼이나 맑은 자태를 자랑하는 약수를 혀에 대면 이전의 맛과 다름을 느낀다.

‘이게 뭐야? 물 맛이 왜 이래? 무엇을 섞었나?’

일반적인 고로쇠에 비해 당도가 월등하고 특유의 나무향이 아닌 이름 모를 약재의 맛이 느껴진다.

이게 무슨 맛일까?

의심스러운 눈치를 보내자 사장님이 직접 나무로 데려가 채취 중인 봉지에서 한 사발을 따라 주신다.

‘처음에 사람들이 의심을 하니 이런 방법을 가끔 쓴다. 천연의 맛이다. 약재의 맛이 느껴져 사람들이 황금고로쇠, 또는 인삼의 향과 맛처럼 느껴져 인삼고로쇠라고도 한다.’

송어가 노닐다간 입안에 바다로 내려간 송어가 되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듬뿍 들이킨다.

어느 무엇보다도 입안을 깔끔히 정리하는 맛이다.

정리를 떠나 영양과 보약이 듬뿍 몸 안에 쌓이는 느낌이다.

‘ 송어야 어서 오너라. 너를 위해 맑은 물을 준비했고 영양도 듬뿍 아주 많이 많이 준비했다’

송어가 입안에 다시 태어난다. 입안에 힘차게 헤엄치는 송어가 백운산의 정기를 나에게 으쌰으쌰 밀어 넣고 있다.

‘아이고~!, 아무리 좋아도 화장실 한 번은 갔다 와야겠다. 천천히 먹어!’

마주 앉은 지인에게 내 몫을 단단히 챙기고 고로쇠의 대가로 화장실을 부지런히 찾는다.

 

 

문득 떠 오르는 생각.

각 지방의 향토음식이나 특산물은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해보게 하는 음식점이었다.

1987년 이 곳에 처음 자리를 잡은 사장님 내외는 고로쇠식재를 위해 약 200여수의 황금고로쇠 나무를 사왔다.

하지만 기존 백운산수종과 일치하지 않아 다른 분에게 양도를 하고 말았고 그때 아무렇게나 내려놓은 묘목 중 일부가 현재의 3그루이다.

전체의 특화를 위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결정이었지만 현재는 황금고로쇠를 맛 본 사람들은 또다시 꼭 그 물 만을 찾는다는 사장의 전언이다.

수종을 비롯한 여러 임학에는 문외한인 필자인지라 백운산 고로쇠와 황금고로쇠의 수종 및 여러 차이에 대해서는 공부를 좀 더하고 연구를 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 순간 어느 지자체에서 황금고로쇠를 특화한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정도의 맛과 향을 가지게 한 결과이다.

음식점 정보: 광양시 옥룡면 동곡리 1166, 061)762-6630, 송어회, 흑염소, 토종닭, 고로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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