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황토의 “애호박찌개”

[맛집/남도방송]따사로운 햇살이 제법 봄이다.

좀처럼 자리에 앉아있는 시간을 용납하지 못할 정도의 유혹이다.

섬진강 변의 파랑을 바탕으로 얼굴 내밀기를 하고 있을 매화, 노란 새색시 마냥 아기자기한 구례 산수유, 깊은 골짜기에 꼭꼭 숨겨 놓은 별천지 월등 계월의 향매실 마을.

이맘 때 쯤이면 서로 뽐내려는 녀석들을 칭찬하고 어루만지며 다독거려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좀이 쑤시기 일쑤이다.

‘일단 보고 와서 이따가 하지 뭐!’

기어이 노트북을 덮고 카메라를 치켜든다.

▲ 황토 외부 전경

 

초록과 갈색, 두 가지 색의 자연에서 하나 둘 하얗고, 노랗고, 붉고 제 각각의 모습과 색깔로 움틀거리는 자연이 너무나 환희다.

멋진 자연의 만끽에 배고픈 줄 모르고 돌아다니다 도심이 가까워지니 출출하다.

항상 지나치며 이쁜 황토에 아기자기한 모습이 꼭 한 번 들러보아야지 했던 집이 문득 떠올라 그 집을 향해 핸들을 돌린다.


아담, 소박, 담백 그리고 정성.

대로변 길모퉁이 야산아래 부끄러운 듯 아담히 자리를 잡았다.

자연에 융화 하려 붉은 황토와 나무로 지어졌지만 전체적인 형태는 옛 초가마냥 소박하다.

건물은 2층 구조에 1층은 음식점 전문이고 2층은 셀프 차 전문점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물론 2층에서도 필요에 따라 음식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주로 2층은 전망을 배려하여 찻집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여 연인이나 업무적 만남의 이야기공간으로 배려를 한 것 같았다.

약간은 좁다 싶을 정도의 내부 동선임에도 불구하고 딱이 비좁다는 느낌은 없고, 화려한 느낌이 돌지만 그렇다고 치장의 요란스러움은 또 없다.

담백의 묘미다.

최대한 고객의 동선과 업무의 편리성을 고려한 구조가 고객들을 향한 정성으로부터 출발될 수 있는 담백함으로 집대성된 느낌이다.

이러한 정성들을 알았음인지 개업한 지 얼마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입소문이 많이 났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 느껴진다.

무엇을 먹을까 망설이다 광주와 전남서부 일부 지역에서 잘 알려져 있지만 전남 동부 지역에서는 아직은 생소한 애호박찌개를 주문해 본다.

 

▲황토식당의 애호박찌개

 


으아, 시원하다.

시기적으로 3월부터 10월까지를 애호박의 제철이라 말한다.

밝은 연두색을 띠는 애호박의 성분 중 베타카로틴은 불포화지방산의 산화와 산화된 지단백질이 혈전을 만드는 것을 막아 관상동맥질환을 예방하고 심근경색의 위험을 낮추어 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 육류 선호 1위 돼지고기가 만난다.

두 재료가 모두 새우젓과의 궁합을 최고로 치니 옛 선인들의 지혜를 엿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이다.

호박의 속이 제거되고 살이 총총이 채썰기 되어 가지런하다.

목살과 삼겹살을 이용한 돼지고기도 호박의 두께와 크기로 채썰기를 하여 애호박이 고기에 우선하게 하였다.

비율도 6:4 정도로 보이며 애호박찌개라는 이름에 충실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맑은 붉은 빛을 띤 국물은 색감은 맑은데 비해 농도는 제법 진하게 비치는 색이다.

애호박의 풋풋한 살내음이 전해진다.

속살을 제거함으로써 음식 맛을 방해할 수도 있는 특유의 향을 처리하고 호박 본연의 색감과 질감을 최대한 느낄 수 있게 조리된 맛이다.

 

▲애호박과 돼지고기의 배합비율이 알맞다.

 

 

삼겹살부위를 사용하여 적당량의 기름을 발생시켜 국물의 농도를 조절하고 목살부분의 살을 이용하여 고기의 맛과 식감을 조율하였다.

여기에 야채를 추가하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니 원재료들의 단 맛에서 생길 수 있는 느끼함은 저절로 사라진다.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의 해장국으로도 널리 알려진 애호박찌개 앞에서 주당들은 소주 한 잔의 유혹을 좀처럼 떨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부드럽고 향긋한 애호박의 씹힘이 봄의 향연을 연주한다.

돼지고기의 쫄깃함과 담백함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맛과 영양을 충분히 보상한다.

장거리운전으로 약간 노곤해진 상태로 국물을 한 모금 들이키니 절로 쏟아지는 탄성과 함께 어른들의 공통된 맛에 대한 거짓표현이 나온다.

“으아~~!, 시원하다”

 

▲황토의 별미 감태지. 젓갈로 무쳐야 깊은 맛이 난다.

 



훌륭하게 재 탄생되었다.

한적한 도로가에서 이러한 메뉴를 론칭할 수 있다는 것은 사장의 깊은 내공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예상했던 대로 사장은 해남에서 출생하여 화순과 광주에서 다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지니고 있었다.

애호박과 돼지고기를 듬성듬성 큼지막하게 푸짐한 양으로 제공하는 타지역의 서민적 탕이나 찌개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현대인들의 정서나 취향에 알맞게 원 식재료의 모양과 크기를 조절하였고 간 또한 순한 듯 부드럽게 조절하였다.

반찬은 정갈하고 담백하게 감태지나 물김치처럼 적당한 시간의 숙성을 필요로하는 종류와 나물과 겉절이처럼 즉석에서 해야 제 맛이 나는 종류의 적당배합은 남도의 음식을 제대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남도음식점의 어느 곳을 찾아가도 다 맛있다는 외래 관광객들의 평가는 이처럼 우리도 모르는 새에 이루어진 시간의 조화, 식재료의 조화, 색의 조화가 만들어낸 밥상이어서 이리라.

먹는 내내 황토 사장의 아담,소박, 담백 그리고 정성을 느낄 수 있는 맛과 분위기였다.

 

▲애호박 전
  

 

음식점 정보:순천시 서면 구만리 1022-1, 061)753-0103, 수제비, 생선구이.조림. 애호박찌개, 안동찜닭 등 닭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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