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세림의 “한정식 코스 요리”

[맛집/남도방송]“고객이 불편해 하거나 우리의 시설이나 음식이 약간이라도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면 아무리 큰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바꾸고 고쳐야지요”

새롭게 시설을 한 지 얼마지 않아 시설에서 음식까지 많은 부분을 새롭게 했다는 풍문을 듣고 찾아간 세림.

쉽지 않았을 결심인데 대단하시다는 필자의 인사에 김 민영사장이 앞치마자락에 물 묻은 손을 훔치며 건넨 대답이다.

고운 얼굴에 여리게 느껴지는 외모와 달리 자신에 차고 확고한 언어에 그녀의 음식을 기대 해 본다.

 

▲전복회

 



한정식은 공간적 개념으로 한 상에 모든 음식을 다 차려놓고 먹는 한상 차림과, 음식의 온도, 조리시간, 먹는 속도 등을 고려하여 차례로 제공하는 시간적 개념의 코스 한정식으로 크게 나뉜다.

세림에서는 코스 요리 한정식을 제공한다.


다섯 차례에 이르는 요리들의 경연

신선한 제철 회와 야채들로 이루어진 1차 상차림은 부드러움과 향을 전한다. 여수 바다의 청정함을 전하는 제 철 생선회와 직접 농장에서 가꾸고 키운 야채들로 꾸며 입 맛의 고취와 함께 배에 워밍업을 시킨다.

이어진 상차림에서는 비교적 단순한 조리과정을 거치는 볶음, 말이 등으로 구성되어 1차 상차림에 비해 좀 더 진한 음식을 전한다.

 

▲단호박 약밥

 



3차의 상차림은 세미 한정식의 일품요리들로 이루어져 있다.

식재료는 물론 시간과 정성 맛을 아우르는 요리 그 자체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통통하고 단단한 무와 생선의 어우러짐에 무 속 깊은 곳까지 생선의 깊은 맛이 배어있고, 생선에 무의 향과 시원함이 스며들어 무가 생선이고 생선이 무에 이르는 혼연의 경지다.

한방의 육수에 오리가 헤엄치고 전복이 함께하니 전복을 머금은 오리의 살은 무척이나 연하고 부드럽고, 전복의 깐깐함에 오리를 품으니 유연하고 살가운 표정의 맛을 전한다.

어느 하나를 마다 하리.

 

▲전복오리 백숙

 



은은히 오르는 향에 국물을 적시니 체면불구하고 그릇을 통째로 들이키고픈 욕구가 솟는다.

고운 자태를 뽐내며 나란히 누워있는 금풍쉥이가 입을 삐죽거리며 삐진 시늉에 녀석을 달래느라 바쁘고, 커다란 그릇에 묵묵히 자리 잡은 갈비찜이 기다림에 큰 한숨을 내뱉는다.

격식 갖춘 자리에 점잖은 손님과 마주하며 배움을 청하려던 자리가 음식의 경연에 넋을 잃고 주섬주섬 이리저리 젓가락이 바쁘다.

괜히 무안함에 눈을 돌리니 그 분 또한 무아지경은 마찬가지, 눈 맞춤에 쑥스러워 애꿎은 술 만 권한다.

마무리가 더 중하다.

이런 저런 개인적인 이야기며 음식 이야기에 어느덧 자리가 깊어 질 즈음하여 밥상이 차려진다.

따뜻한 대통 밥에 개별 찬으로 정성스러이 나온다.

꼬들하게 잘 말려진 커다란 영광굴비가 상위에서 손질되고 먹음직스럽게 차려지자 왜 이리 배가 고파질까?
앞에 내가 무엇을 먹었나 싶을 정도의 허기가 돈다.

 

▲밥상차림

 



밥상에 대한 기대는 약간 적었다고나 할까?

기껏 해야 따뜻한 밥에 국, 그리고 생선에 반찬 몇 가지를 생각했다가 차려진 밥상에 고마움과 정성을 느껴 가지게 되는 식욕이리라.

시원한 냉수를 청해 뜨거운 밥을 차가운 얼음 냉수에 말아 크게 한 술 뜨고, 그 위에 꼬들 하고 고소한 굴비를 고추장에 푸욱 찍어 밥숟갈 위에 얹어 힘껏 입을 벌려 오물거리니 마냥 행복하다.

‘끝까지 체면 구기는구먼, 에이! 그래도 밥상 앞에서는 맛있게 잘 먹는게 제일이야’

위안에 위안을 거듭하며 즐기고 또 즐긴다.

상큼한 토마토에 달콤한 소스가 가미된 후식이 나온다.

후레쉬한 토마토가 입 안을 정리하고 달콤한 소스가 감성적 풍요를 전한다.

‘정말 멋진 식사다. 또 뭐 없나? 흐흐’

시작도 무척이나 중하지만 역시 음식은 마무리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인삼과 야채에 포도숙성 소스의 어우러짐이 일품.



신선하게 시작하여 점차 진한 음식이 제공되는 코스의 선정도 무척이나 좋고 정성스런 밥상에 후레쉬하고 달콤한 후식까지 식단 구성이 참 일품이다.

식재료 또한 어느 하나 흠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신선하고 질 좋은 상품만을 선택했음이 느껴진다.

도대체 사장은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음식을 생각하고 제공할까?

음식은 대할수록 어렵더라.

함께 자리한 김 민영사장은 제공된 음식만큼이나 절제되면서 깊은 맛이 풍기는 인물이었다.

“멋 모르고 음식장사를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래서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음식을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해서는 안되겠다는 압박이 다가왔다. 그래서 업종을 변경하고 진정한 음식을 위해 노력한다.”

 

▲식사에 제공되는 영광굴비


매일 아침 조회를 하면서 매장과 자신, 직원들을 다독이고 독려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일류 조리사들을 영입하고 그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최고의 음식들이 나올 수 있도록 관리하며 손님들 상에 나가기 직전 모든 음식을 사장이 직접 점검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틈틈이 직원들에게 각자의 맡은 바에 대한 업무교육은 물론 서비스 교육까지 꼼꼼하게 관리한다.

그러면서도 겸손한 그녀의 말이 새삼 그녀를 돋보이게 한다.

“전 아직 음식에 대해서는 아는게 너무 없어요. 가끔 이렇게 음식이야기하는 시간이 너무 좋아요. 혹시 좋은 교육이나 선생님 계시면 배울 수 있도록 꼭 소개 좀 시켜주세요!”

음식점 정보: 여수시 학동 175-7(여수시보건소 아래), 061)686-3006, 남도전통 한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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