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여고 도로변 50여그루, 박람회장 조성수로 활용

[여수/남도방송] 임란 당시 나라를 구한 거북선의 주요 목재로, 중생을 구제하는 불상의 재료로 사용됐던 여수지역 녹나무가 그 수십년간 지켜온 터전을 빼앗기게 됐다.

지역에선 호국의 나무로 인식되는 이 녹나무가 일본의 상징화인 벚꽃나무에 밀려 40년이 넘도록 지켜오던 터전을 떠나야 하는 가슴아픈 현실에 처했다.

여수세계박람회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내권 숙원사업인 터미널~박람회장간 도로 확포장 공사 과정에서 아름다운 벚꽃길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여수시가 여수중앙여고길에 식재된 녹나무 50여 그루를 뽑아 나무은행에 식재키로 했다.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에 주로 서식중인 녹나무는 상록활엽수로 기후가 온화한 금오도 등 일부 여수지역에 100여그루가 서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천년을 산다고 알려진 녹나무는 모양새가 웅장하고 아름다워 훌륭한 목재로도 활용되는 외에도 해충 퇴치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 제주도에서는 녹나무 명품길이 조성되고 있다.   

근래들어 개체수가 현격히 줄면서 남해안 일부 지역과 제주도에서만 서식하고 있어 정부에서는 1963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여수 중앙여고길 도로변에 식재된 녹나무는 수십년 전부터 자리를 꿎꿎히 지키면서 지역의 발전과 동고동락을 함께했다.   

여수산단 업체들의 입주 시기인 1960년대 이전부터 이곳을 지켜왔다는 지역 어르신들의 추측 외엔 녹나무가 왜 이곳에 심어졌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구불구불 먼지 날리던 시골길에 아스팔트가 깔려 수많은 차량이 오가고 어느새부턴가 맞은편에는 벚꽃나무들이 들어와 봄이면 아름다운 벚꽃을 만발해 만인의 칭찬을 독차지 했다.   

벚꽃의 화려함에 밀려 그 이름조차 알려지지 못했던 이 녹나무가 뒤늦게 베어질 위기에 처해서야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

"벚꽃길만은 존치해야 한다"며 도로 확장을 반대한 시민단체와 지역민의 줄기찬 '벚나무 지키기'에도 녹나무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이 녹나무의 존재감이 드러나면서 천신만고 끝에 벌목신세만은 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여수시도 일부 녹나무는 중앙분리대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이식 가능여부 등을 판단해 ‘나무은행’에 임시이식키로 했다.

시민 리모(신기동)씨는 "거북선 재료로 사용된 호국의 나무가 일본을 상징하는 벚꽃나무에 터전을 빼긴 것을 이순신 장군이 안다면 크게 분노할 것"이라며 "녹나무의 특징이 기후보호 운동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여수의 상징수로도 개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여수시 관계자는 "지역 시민단체 등의 여론을 수렴, 여수박람회장 진입 가로수로 이식키로 하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면서 "비용 및 효용 등을 고려해 이식방법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남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