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중앙동 풍산식당의 “서대회 무침”

[맛집/남도방송]여수에서 45년의 전통을 지닌 대표적인 거북선 축제가 여수 중앙동의 이 순신 광장을 중심으로 치러졌다.

축제 기간 동안에 삼도수군밥상, 좌수사밥상, 이 순신밥상, 충무공밥상 등이 재연 전시 되었지만 일반적으로 접근하고 맛을 보기엔 쉽지 않고 현대인들의 입맛으로 당시의 음식을 평가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꿩 대신 닭이라고나 할까?

여수 중앙동에는 입지를 비롯한 여러 이유에 의해 여수를 대표하는 서대회를 잘하는 음식점들이 전통을 지키며 자리 잡고 있었다.

어느 날 도시 개발과 함께 그 많은 음식점들이 장소를 옮겨 영업을 하고 있고 중앙동에는 몇 몇 집이 남아있을 뿐이다.

필자는 그 중의 한 곳, 2011 ~ 2012 여수시 서대회 대표 맛 집으로 선정되었다는 중앙동의 ‘풍산식당’을 찾아본다.

한 쪽 벽에 여수시민 1,134명과 9명의 전문심사 위원에 의해 선정되었다는 커다란 홍보액자가 박 용숙(49)사장의 어깨에 잔뜩 힘을 싣는다.

서대와 야채의 선(鮮)에 막걸리의 숙(熟)이 만나다.

여러 자료에 의하면 예전에 임금의 수라상까지 올라갔다는 서대는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 식단에 오를 수 있는 것은 물론 칼륨과 인이 많아 고혈압 예방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리 방법에 따라 찜, 구이, 튀김, 조림, 매운탕 등 다양한 요리로 가능한 음식이지만 필자는 봄 철의 입 맛을 돋우기 위한 회무침을 선택한다.

신선한 서대에 신선한 무, 양파, 상추, 부추 등 갖은 야채를 듬뿍넣고 은은히 숙성되어진 막걸리 식초를 듬뿍 부어 버무려진 서대회무침은 어느 밥도둑도 가히 넘보지 못 할 지존임을 인식시키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인근 어시장에서 치러지는 새벽 경매시장에서 매일 싱싱한 서대를 구하고 야채도 당일당일 구매를 하게 되니 신선은 보장될 수 밖에 없다.

매장 한 쪽에 차분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앉아 바글바글 익어가는 막걸리의 발효 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듯 함은 또 하나의 입 맛이다.

화학적 양조식초와는 달리 새콤함에 달콤함을 듬뿍 품은 막걸리식초는 신선한 재료들의 맛을 극치로 끌어 올린다.

파닥파닥 하는 젊은이의 왕성한 혈기를 느긋한 숙련의 힘으로 조절하여 최상의 맛과 향을 만들어 내는 조정자의 역할을 막걸리식초가 한다고 볼 수 있다.

새콤 달큼한 밥도둑

이제 막 버무려져 나오는 서대회 무침.

물기를 적당히 뺀 무채에 상추와 양파가 고추장을 만나고 거기에 기호에 맞는 산도를 조절하는 식초가 가미되면서 이쪽으로 한 번 저쪽으로 한 번 사장님의 손 맛에 재료가 혼합된다.

내려놓으면서 상큼하게 밀려오는 초 향의 맛이 만든 혀 아랫 녘에 고인 침이 벌써 한 웅덩이이다.

냉큼 집어 들어 올린 젓가락에 미처 매달리지 못한 회가 밀려서 접시로 뒷걸음 질 친다.

많이 먹으려는 욕심이 빚은 결과이다.

고개를 힘껏 뒤로 제치고 입을 양껏 벌린 채 위 쪽에서 아랫 방향으로 살포시 투하를 한다.

입 안 그득해진 무침회가 혀의 눌림에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파릇한 부추가 이를 건드는 동안 은은한 향이 코를 굴뚝 삼는다.

한가하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노니는 서대가 깨끗한 뻘의 달콤함을 해초들에 속삭이며 자랑하는 맛이다.

커다란 비빔그릇에 고운 김가루가 올려진 뜨거운 밥이 나온다.

무침회를 듬뿍 넣고 쓱싹쓱싹.

한 수저를 푹 떠서 맘껏 들이밀어 본다.

새콤함에 밥의 담백함이 어우러지니 입에서 당기는 속도가 미처 배부름을 깨닫지 못한다.

진정한 밥도둑의 고수임이 틀림없다.

본 메뉴 못지않은 내공 멍게젓갈.

한참을 먹고 있는데 사장님이 멍게젓갈을 같이 넣어서 비비라 권하신다.

멍게의 독특한 향이 무침회의 상큼함을 반감시킬까봐 따로 반찬으로 즐기는 필자에게 또 다른 별미라며 적극 추천하신다.

권하는 장사에 손해 볼 일 없다는 생각에 멍게젓갈을 듬뿍 넣고 또 쓱싹쓱싹.

밥이 적을 것 같다는 푸념에 어느새 한 양푼의 밥이 곁에 놓인다.

새콤달콤함의 신선함에 밥의 담백함, 거기에 저 밑에서부터 쭈욱 밀어올리는 멍게젓갈의 깊은 향이 색다른 조화를 이룬다.

상호 맛의 간섭이 없이 제 각각의 향을 발휘하면서도 같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천상의 합창을 듣는 듯 부드러우면서도 감미롭다.

지친피로를 막걸리 식초로 기력회복하고 서대의 보드라운 살결과 야채가 건강을 만들고 멍게의 은은함이 체력을 북돋운다.

비워진 그릇에 놀라며 조금 뒤로 물러앉은 뒷모습에 흐뭇이 쳐다보는 사장의 미소가 정성을 대신한다.

여수 10미 중 단연 첫째로 서대회 무침이 손 꼽히는 이유가 그 자리에서 그렇게 먹다보니 절로 몸이 느낀다.

음식점 정보: 여수시 중앙동 795, 061)662-8697, 서대회무침, 아꾸찜. 탕, 생선구이.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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