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 제작 설계용역 중간보고회...각계 질책 이어져

[여수/남도방송] 여수시가 사업비 29억여원(국비 15억, 시비 14억)을 들여 임란 당시 거북선의 원형복원에 나섰지만 학술용역부터 실시설계 과정까지 역사 고증이 부족하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와 관련 여수시는 17일 향토 사학자, 시의원, 관계공무원, 설계용역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라좌수영 거북선 복원 제작 설계용역 중간보고회’를 여수시청 상황실에서 가졌다.

용역을 맡은 '중소조선연구원'은 지난 1월 전남대 이순신 해양문화연구소가 완성한 ‘고증조사 및 기본계획’을 토대로 거북선의 상세치수, 노의 수 등 상세설계와 실내포판, 총통 배치 등 전시물 제작, 부잔교 및 선박 등 실제운항 및 정박시설 설치 등 중점으로 실시설계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다만 저판 칸막이벽과 용두의 형상 등 학술용역에 기재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학계의 자문을 구하기로 했으며, 독대배치와 함포제작 등은 타 자치단체의 사례를 참조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발표회에는 정작 학술 용역을 완성했던 전남대 이순신 해양문화연구소 측이 참석하지 않아 참석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 이순신해양연수소가 고증자료 조사를 통해 밝힌 1592년 전라좌수영 거북선 예상 복원도
용역발표가 끝나자 참석자들의 맹비난이 이어졌다. 

정홍수 여수향토민속보존회장은 “8300만원을 들여 전남대 연구소에 맡겨 완성한 학술 용역이 타 지자체의 연구성과와 다를것이 없는데 이를 토대로 거북선 원형을 복원한다는 것은 시민 혈세만 낭비하는 결과”라고 일축했다.

정 회장은 “학술용역과 실시설계가 호국역사와 문화의 제고, 관광자원 활성화, 역사교육자료로써의 활용도 등 그 목적성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타 지자체와 차별성 없는 거북선을 또 다시 만든다는 것은 여수와 충무공을 모욕하는 행위”라며 날카롭게 비난했다.

전투선으로써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기동성과 공격력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심재수 향토사가는 “배의 크기에 비해 키가 너무 작다. 노도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구조로 돼 있다. 발포로 인한 반동과 화약연기 배출 등의 내부시설이 전혀 고려돼 있지 않다”면서 “움직일 수 없는 전시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대식 여수시의회 기획자치위원장도 “포와 노의 수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한정된 금액으로 제대로 된 거북선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용역 발주처인 여수시도 학술용역의 오류와 복원성 등은 시급히 해결해야 과제라며 뒤늦게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충석 여수시장은 “지금까지 목선을 많이 건조해봤지만 이런 배는 지구상에 없다”면서 “전혀 잘못된 그림이다”고 한탄했다.

특히 배 후미 부분이 충돌시 배가 침몰할 가능성이 높고, 화장실을 인위적으로 만든것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사후 관리에 대한 준비미흡도 도마에 올랐다.

이미 조성된 수개의 거북선들의 관리실태가 허술한 실정을 언급하며 “많은 예산을 들여 놓고도 시비거리로 전락하지 않을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여수시가 그동안 학술용역을 하는 과정에서 자문을 구하지 않고 일을 추진하는 등 독선 행정에서 벗어나 지역 공감대를 형성해 줄 것을 요구한 뒤 “원형 거북선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기 위해서는 향토 사학계와 조선연구원 등 각계의 전문적인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여수시는 지난 2009년 11월 거북선 고증조사 및 기본 계획 학술용역을 발주해 지난 1월 완료했으며, 2월 발주한 설계용역이 7월 완료되면 8월부터 거북선 및 전시물 제작설치공사를 발주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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