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모춘(暮春)?초하(初夏)의 5월, 어린이날에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있는 달, 싱그러운 신록의 계절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꽃과 신록이 어우러진 산과 들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기만 합니다. 녹음방초 호시절이 바로 이런 때를 말합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 생활하기 얼마나 편하고 기분 좋은 계절인가요. 그러나 기쁨 뒤에는 또 다시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라고, 머지않아 여름이 오면 우기가 시작되어, 홍수와 해일의 피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 후쿠시마의 무서운 지진과 해일의 피해를 잊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다가오는 우기를 대비하여 재해예방의 정책들을 미리미리 세워놓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사)한국항만협회에서 홍보물로 간행하는 책에 전 여수항만청장 고재웅씨의 글을 읽으면서 다산선생의 재해 예방에 대한 탁월한 과학적 사고에 대하여 생각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다산 정약용의 과학적 사고와 테트라포드(TetraPod)」라는 짤막한 글입니다.

다산의 「목민심서」공전(工典)편 제2조항인 천택(川澤)에 나오는 한대(?臺)의 기능이 바로 오늘날 공인된 방파제에 활용하는 ‘테트라포드’의 원리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테트라포드는 파도의 힘을 소멸시키거나 약화시키는 방파제나 항만시설을 보호할 목적으로 파도의 영향을 받는 부분에 비치하는 삼발형태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우리가 흔히 보는 것입니다.

“제방을 쌓는 방법에서 반드시 기중가(起重架)를 사용하여 삼각대 모형의 큰 돌, 즉 ‘한대’를 구축하여 대의 모서리로 조수의 충격을 직접 받으면, 조수는 이 모서리를 쳐서 그 기세가 양쪽으로 나누어져 좌우로 흩어져 가는데, 이렇게 하는 동안에 그 맹렬한 기세가 감쇄된다.”라고 ‘한대’의 역할을 설명하여, 1950년에야 국제적으로 공인된 테트라포드의 기능을 다산은 130여 년 전에 이미 주장하였다는 것입니다.

2천 근(斤)의 큰 돌을 써야한다는 원리도 현대의 원리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파헤쳐진 강과, 동해안에 자주 찾아오는 폭우의 피해, 조수의 범람인 해일, 이들의 피해를 막으려는 노력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아니라, 미리미리 예방하는 일이 더욱 중요합니다.

뛰어난 과학정신과 탁월한 애국심을 지닌 다산은 관(官)에서 재해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라고 거듭 강조합니다. “강과 하천의 유역에 해마다 홍수의 피해로 백성들의 큰 근심거리가 되고 있는데, 제방을 만들어서 백성들의 거처를 안정시켜 주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홍수와 해일의 난리가 나기 전에 다산의 뜻에 따라 치밀한 예방책을 세워주기를 바랍니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소장

저작권자 © 남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