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토지면 섬진강의 “ 다슬기 칼국수”

[맛집/남도방송]조르륵 조올 졸.

야트막하게 흐르는 개울가에 발을 담그고 물결 탓에 잘 보이지 않는 물속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자그마한 돌을 살며시 들어서 돌려 본다.

까만 자태로 옹글옹글 모여 있는 다슬기 몇 마리는 자그만 소년에게는 엄청난 횡재다.

“엄마! 엄마! 여기 있다! 여기 고동이 많이 있어. 바 봐! 이렇게 많어!”

어쩌다 대 여섯 마리가 함께 붙어있는 돌을 뒤적이고 얼른 따서 손에 움켜쥐고 어느새 수북해진 엄마의 그릇에 보태려 물을 튀기며 소년이 달려가며 외치는 소리다.

해금을 시키고 커다란 양푼에 바득바득 문질러 깨끗이 씻은 다음, 물에 된장을 풀고 팔팔 끓이다가 다슬기를 풍덩 빠뜨리고 휘휘저어 한 소큼 푹 삶아 낸다.

다슬기는 건져서 따로 두고 국물에 양파에 감자조금, 청량 몇 개만 들어가면 훌륭한 저녁밥상의 국이 되었다.


저녁을 물리고 모깃불을 피운 마당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바늘이나 옷핀, 탱자나무가시를 각자 하나씩 들고 건져낸 다슬기를 까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달이 중천을 넘기도 했다.

가까운 곳에 개울을 둔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어릴 적 한 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우리들의 어린 시절이다.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뜯은 수제비.

“일일이 손으로 하다 보니 좀 기다리셔야 되겠네요!”

우리 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을 즈음에 종업원이 건넨 말이다.

그러고 보니 주위에 빈 상에 마주 앉아 말뚱거리고 있는 이들,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을 리뷰하며 추억을 정리하는 이들, 침을 삼키며 연신 주방 쪽으로 고개를 내미는 이등 다양한 모습으로 음식을 기다리는 이들이 무척 많다.

옆 테이블에 점잖게 식사하시는 노 부부에게 살며시 말을 건네 본다.

“맛이 있나요? 자주 오세요?”

여수에서 일 년에 몇 차례 섬진강변을 따라 드라이브 겸 여행을 즐기신다는 부부는 이 곳을 지날 때마다 들르시는 매니아였다.

드디어 반찬이 놓이고 커다란 뚝배기에 그득히 담긴 수제비가 김을 모락거리며 자리를 차지한다.


푸르스름한 국물색 외엔 여느 수제비 전문점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국물을 한 모금 수저질 한다. 무슨 맛이지?

오묘한 색다름에 몇 모금을 더하니 속이 벌써 고개를 끄덕인다.

깔끔하게 맑은 다슬기의 향과 쌉싸르함에 반죽을 뜯어 이제 막 집어넣어 끓으면서 조화된 달콤하게 진한 맛이다.

수저로 그릇 아래쪽을 살며시 건져보니 다슬기가 온통이다.

얇지만 쫄깃함을 잃지 않도록 숙성된 반죽이 수제비의 쫀득거림을 만들고 다슬기의 통통한 보드라운 살결이 향과 혀의 감촉을 만든다.

상큼한 초 맛에 쌉싸르한 달콤함.

제 1의 메뉴에 만족을 하고보니 또 다른 음식이 궁금하다.

다슬기 무침을 주문 해 본다.

어느 덧 노 부부도 자리를 뜨고 수제비 뚝배기가 바닥을 보일즈음 무침이 나온다.

온통 다슬기 투성이다.

이렇게 많은 양을 주다니!

다슬기는 잡기도 어렵거니와 일일이 손으로 하나하나 까야만 하는 수작업의 연속이다.

그래도 손님이 어찌 푸짐함을 마다 하겠는가?

짐짓 좋으면서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표정관리를 하면서 젓가락을 가져간다.


다슬기가 약간의 저항의 뜻을 비친다.

다슬기 아래쪽의 보드라운 살 부분과 위쪽의 근육이 공존하며 보드라운 듯 씹히는 맛의 느낌이다.

상큼한 초 맛에 야채와 고추장의 어울림속에 다슬기가 힘찬 걸음질들을 하고 있다.

참고 참았던 술을 결국은 주문하고 만다.

소주 한 잔 들이키고 한 입 가득히 무침으로 술 냄새를 막는다.

다슬기가 간에 그렇게 좋다는데 말 그대로 내 몸이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병 주고 약 주고 하는 꼴이다.

전통음식의 진화를 맛보다.

함께한 지인이 구례사람인지라 구례의 토속음식을 잘 알고 있었다.

음식점 섬진강에서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음식이 한 가지가 더 있다.

통통하게 물오른 다슬기를 곱게 까서 청량고추와 함께 장에 담궈 숙성을 시킨 다슬기 장이다.

예전에는 집에서 담근 장에다가 담궈 짠 맛이 강한 장아찌 개념의 장을 담궈서 두고두고 내어서 먹었다 한다.

하지만 음식점 섬진강에서는 현대인들이 강한 짠 맛을 싫어하는데다가 웰빙선호의 성향을 인정하면서 10여 가지의 재료를 섞어 만든 혼합장을 만든다 한다.

맑은 쪽 빛에 통통하게 자태를 뽐내는 다슬기 장. 보기만 해도 이쁘다.


오묘하게 조화된 짜지 않은 장 맛에 싸한 쌉쏘롬, 그에 곁들여진 청량고추의 매콤함이 천상의 맛을 방불케한다.

굽지 않은 마른 생김에 밥을 조금 싸고 그 위에 다슬기와 청량의 건더기가 들어간 장을 올리고 싸서 먹으니 배고플 때 먹는 첫 술의 밥 맛이다.

멋지다. 맛있다.

시골의 자그마한 식당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이유를 이제야 백 번 공감한다.

음식점정보: 구례군 토지면 파도리 851-2 (우체국 앞), 061)781-9393, 다슬기요리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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