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의 초남 선창횟집의 “바다장어 구이”

[맛집/남도방송] 어느 도시나 지역을 방문하다 보면 지역의 환경이나 특산물, 또는 지역민들의 생활에 의해 자연스레 형성된 먹거리촌이 만들어져 있음을 발견한다.

거기에서 조금 더 발전하다 보면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어 지역의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여행이 잦아지는 계절에 배움의 기쁨도, 유람의 흥미도 많지만 그 중의 최고는 지역의 유명한 음식을 탐닉하는게 필자는 최고의 기쁨이다.

오늘은 광양불고기와 전어, 벚굴에 밀려 유명세가 조금은 덜하지만 지역민들이 장어구이 하면 또 올리는 장소, 초남을 찾아본다.


설레임일까? 지루함일까?

밑반찬 상차림이 먼저 놓여진다.

싱싱한 쌈 채소는 물론 적당한 새코미 쌈 무, 양파와 부추채, 장어의 파트너 생강, 양파 장아찌와 묵은 파김치 그리고 매실 장아찌가 입맛을 돋우기 위해 차려진다.

굽는 재미와 더불어 다양한 먹거리를 위해 흰 떡과 버섯, 커다란 새우의 등장에 만족스런 웃음에 기대치가 한껏 부풀어진다.

커다란 참 숯에 맹렬한 기세를 자랑하는 불이 놓이고 구리석쇠가 어느 정도 달궈질 시간이 흐르니 드디어 장어를 올릴 시간이다.

호기심에 소금, 마늘양념, 고추장양념 구이를 주문하고 우선은 담백하리라 여겨지는 소금과 마늘양념을 먼저 올린다.

갓 손질을 해서인지 장어의 꼬리부분에 미세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지그르르 소리와 함께 어느새 고소함이 온 방을 메운다.


장어의 살결에 육즙이 고일즈음 커다란 녀석의 덩치를 살며시 굴려 뒤집어 준다.

노릿하게 까무잡잡한 모습을 보이는 녀석의 등을 보자 어느새 침이 고이자 상추를 뒤적이고 한 손에 젓가락을 입에 문 채로 녀석을 응시한다.

‘왜 이리 더디게 익는거야. 빨리 익어라, 빨리 익어라’

아들 녀석에게 졸갑스럽다 타박하던 내가 이 자리에서는 아들과 똑같은 아니 조금은 심한 졸갑의 행동을 하고 있다.

드디어 한 번에 먹기 좋을 만한 크기로 자르며 한 번 더 뒤집어 준다.

이제 불기만 한 번 더 쬐면 저 맛있는 장어를 실컷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지루하게 긴 시간이면서도 가장 설레이는 순간의 떨림을 만끽한다.

구이는 이런 기다림의 시간이 맛을 배가 시킬 지도 모른다.


담백한 소금, 알싸한 마늘, 매콤한 고추장.

소금구이 한 점을 얼른 입 안에 넣는다.

한 손에 그렇게 오랜시간 쌈을 들고 있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장어만 입 안으로 덜렁 직행이다.

알맞게 배인 소금 간이 살의 흐트러짐을 막고 쫄깃함을 유지시킨다.

도톰히 오른 살에서 우러나는 장어의 육즙이 고소함이 혀끝에서 시작해 코로 발현이 된다.

상추에 얹고 생강 넣고 매운 고추에 쌈장, 야채를 넣고 보니 쌈이 주먹만 해 져서 한 손으로 감당이 안되어 두 손으로 잡고 입 안으로 다시 풍덩.

매실장아찌로 입을 정리하고 이번에는 마늘 양념을 시도 해 본다.

마늘을 갈아서 소스와 함께 뿌려진 마늘 양념은 비릿함과 잡내를 잡을 수 있다.

물론 또 하나의 별도 건강식이기도 하지만.

충분히 익혔기 때문에 알싸함이 많이 지워지고 익으면서 달콤함으로의 변화를 만들었다.

은은하게 오르는 달콤함에 취해 연거푸 몇 점을 삼키고 나서야 야채를 곁들여 먹는다.

먹던 중간에 올려 놓았던 고추장 양념이 어느 덧 익어가고 있으면서 양념이 불과 전쟁을 하는 듯 소리며 냄새가 요란스럽다.

장어 먹느라 미쳐 놓치고 있었던 새우구이에 소주 한 잔을 기울여 본다.

진짜 안주는 놓치고 가짜 안주에 술을 곁들이는 우스운 현상이 생겼다.

양파장아찌로 입을 정리하고 드디어 고추장양념구이 시식 돌입.

매콤한 듯 달콤하고, 담백한 듯 진하다.

조화에 조화를 거듭하니 새로운 맛이 탄생을 한다.

묵은 파김치를 장어에 돌돌돌 말아서 쌈을 만들고 소주를 곁들인다.

신선한 장어에 묵은 파김치의 어울림은 가히 별미다.


따스한 봄 바람이 만드는 여유.

불 앞에서 굽느라, 정신없이 먹느라 송글송글 맺힌 눈 밑의 땀을 닦아 낸다.

얼굴이 반질반질 해 진다.

벌써 몸에서 처리를 다 했을까나?

아침에 세수를 대충해서 깨끗하지 못했을까나? ㅎㅎㅎ

때 이른 여름이 왔노라고 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엄연한 봄이다.

창가에 비치는 오후의 따스한 햇살이 싫지만은 않음도 그 때문이리라.

바닷가의 높으막하게 자리한 탓에 멀리 배가 지나는 것도 보이고 새들이 눈 높이로 날아 다니는 모습도 보인다.

담배 한 개비 물고 세월을 낚아도 본다.

‘몸 보신도 했고, 배도 부르고, 경치도 좋고 딱 한숨 자고 일어나면 금상첨화인데!’

속없는 넋두리에 다음 일정을 재촉하는 일행 탓에 자리를 나선다.

한적한 시골 바닷가에서의 망중한.

분명 생활의 활력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음식점 정보: 광양시 광양읍 초남리 103-2, 061)763-2113, 생선회, 바다장어, 민물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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