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나로도 순천횟집의 “하모 유비끼”

[맛집/남도방송] 온대지방의 겨울날씨의 특성을 보통 삼한사온(삼한사온), 3일은 춥고 4일은 온화한 날씨, 이라면 장마철인 요즘 날씨는 삼우사청(三雨四淸), 3일비에 4일은 맑은, 이다 싶다.

뉴스를 보자면 홍수가 났네, 잠겼네 하는 화면들이 보이는데 이 지역은 후덥지근한 날씨가 사람을 잡고, 간만에 빼꼼히 비치는 햇살에 이부자리 좀 내어 놓고 돌아서는데 저쪽 하늘에 벌써 먹구름이 새까맣게 밀려오며 두두둥 엄청난 발걸음소리가 들린다.

온통 뒤죽박죽, 날씨도 바글바글 죽 끓듯 난리법석이고, 몸 뚱아리는 물먹은 솜덩이요, 기분은 어느 날 깊은 바다에 속절없이 침몰한 타이타닉이다.

필자의 기운은 좋은 사람들과 먹으러 다니면 절로 힘이 솟아나고, 먹는 즐거움에 푹 잠기다보면 어느새 기분은 절로 바다의 부표마냥 둥실둥실이다.


하모 유비끼하면 흔히 여수를 많이 연상하지만 일제시대에는 일본인의 하모 침탈선진기지 역할을 하고 해방 후에도 전진 수출항이라 알려진 나로도에서 오늘은 하모를 즐겨보련다.

많이 현지화 되기는 했지만 하모유비끼라는 음식이 일본에서 비롯되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해서 필자는 ‘하모유비끼’라는 일본식 음식의 이름을 ‘갯장어데침회’라 일컫자는 운동에 개인적으로는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다.

각설하고 오늘은 여름의 충전보양식, 하모유비끼를 즐겨보자.

정말로 눈 꽃이 핀다.

생으로 먹을 수 있는 회와 서너 번 뜨거운 물에 살랑살랑 흔들어 바로 먹어야 만끽할 수 있는 하모요리의 조리 특성상 하모유비끼는 활어상태가 아니면 먹을 수 없다.

장어의 종류는 보통 4가지 종류로 나누고 여름에 즐겨먹는 하모는 그 덩치와 머리의 날카로움 만큼이나 가시가 무척 많다.

몸속에 있는 그 잔 가시는 목걸림이나 식감을 해칠 수 있기에 주의를 해야하는데 그 뼈의 칼슘영양분이 대단하여 제거하기가 불편하기도 하지만 아깝기도 하다.

해서 탕으로 먹을때는 잘게 갈아서 사용하거나 살에 칼집을 많이 내어 통장어탕으로 끓이는 방법도 있다.

유비끼로 먹는 방법은 머리와 몸통뼈는 육수를 우리는데 사용하고 살중의 뼈는 촘촘한 칼질로 위험성을 제거하고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다.


훌륭한 칼잡이는 1kg짜리 한 마리에 230번 정도의 칼집을 낸다 알려져 있지만 너무 촘촘한 칼질은 데치는 동안 살의 부서짐이 생길 수 있어 그 간격의 조절이 요리의 기준이라 할 수 있다.

육수가 올려진다.

연한 된장풀림이 보이고 무를 비롯한 야채에 커다란 덩어리가 보인다.

하모의 머리 부분이다.

자칫 잘못하면 비린내가 날 수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통째로 넣었을까?

살짝 육수 맛을 보니 그닥 비리지 않다.

‘그래 자신 있으니까 넣었겠지!’

특별한 뭐라도 있나 하고 휘휘 바닥을 저어보니 몇 마리분의 몸통뼈만 더 들어있을 뿐이다.

‘내공이 대단한 분이군!’

드디어 육수가 끓기 시작하고 윤기가 좌르르한 장어를 입수 시킨다.

“핀다! 핀다! 하얀 눈 꽃이 여름에 정말로 활짝 핀다.”

우윳빛깔 하모!

거칠고 험악해 보이는 징그러움(?)속에 감춰진 하모의 윤기 흐르는 속살은 도톰하면서 탱글한 탄력을 유지한 신선함이 절로 느껴진다.

이 신선함이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니 눈보다 하얀 백옥의 색을 표현한다.


우유빛깔 하모!

그 형태와 색의 변화에 넋을 잃고 있다가 살짝 데친 부추에 살며시 한 점을 올려 본다.

약간의 쌈장에 마늘을, 청량 고추를 하나 올리니 산에 하얗게 눈이 덮이고 틈틈이 보이는 커다란 소나무가 있는 한 폭의 풍경사진이다.

부추의 상큼함이 장어를 감싸고도는 동안 혀로 한 번 굴리고 이빨방아를 찧으니 부추의 녹즙이 장어에 배여 상큼담백의 맛을 만들고 쌈장이 간을 맞춘다.

소스에 찍어 그냥도 먹어보고 부추를 올려 생 양파에 올려먹는 법 또한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살랑살랑 데치랴 먹으랴 쌈싸랴 손짓이 무척이나 분주하다.

하모의 부드러운 살이 전하는 담백함에 잘게 잘려진 잔 뼈가 전하는 고소함의 조화는 가히 천하일미에 버금가고 하모의 특성이 가지는 힘과 투지는 나를 불끈 세우기에 충분했다.

뜨거운 눈 꽃을 즐기느라 이마에 흐르는 땀이 무관심에 토라질 것 같다.

여기서 끝은 아니다.

샤브샤브의 종결은 국수이고 어탕의 별미는 어죽이다.

머리와 뼈, 야채에서 장시간 우러나온 진한 육수에 데치느라 하모몸통의 육즙을 잔뜩 머금은 육수를 포기 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장시간 끓였음에도 육수가 싱거움을 유지한다는 것은 간이 약하다는 소리이다.

여기에 간을 맞추고 별미를 즐기는 방법이 라면사리이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어탕에 국수를 많이 애용하고 어탕국수라 하여 하나의 식사메뉴로 자리를 잡고 있다.

암튼 머리와 야채 등 육수용 건더기들을 다 건져내고 라면사리를 넣고 잠시 기다리니 라면의 쫄깃함이 유지되면서 익었을 때 쯤이면 국물의 간도 절로 맞아진다.

사리에서 나온 염분이 절로 간을 맞춘 것이다.


시원한 맛에 국물을 다 홀짝이다 자칫 또 하나의 별미를 놓칠 수 있다.

라면을 다 먹고 나면 공기를 하나 주문하고 육수에 말고 잠시 저어 주면 어죽이 된다.

이 마무리의 어죽, 결코 내가 실컷 먹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게 할 만큼 수저를 놓을 수 없다.

어느 새 풀어놓은 내 허리띠가 지인의 눈에 들키고 둘 만이 알듯한 야릇한 미소를 나눈다.

음식점 정보: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1000-80, 061) 833-6441, 자연산 활어횟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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