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소호동 묵돌이 식당의 “전어회”

[맛집/남도방송]업무차 이동을 위해 길거리 운전 중 지정 광고게시판에 산전어 개시 알림광고가 붙었다.

‘전어는 가을에 먹어야 제 맛이지 무슨 여름에 전어를? 그것도 회를......’
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엊그제 장마라 지겹다 칭얼거리며 빨리 끝나기를 애타게 기달렸건만 장마 끝나니 내리쬐는 햇볕이 장난이 아니다.

자동차 주유 경고등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문전에 붙은 가격 안내판의 고시 가격에 지나치고, 제휴 포인트사가 아니어서 지나치다 결국은 더는 위험하다 싶어 가격도 최고이고 제휴사도 아닌 곳에서 주유구를 여는 기분이다.

지구가 팔팔 끓다 못해 바짝 마르고 성냥 한 개비 치대면 금방 활활 타오를 기세다.

이열치열이라 뜨거운 보양식으로 힘을 내 볼까나?

아니면 속이 딱 옹그라질 정도로 차가운 냉 음식으로 더위와 한 판 해 볼까나?

추운 한 겨울날 식은 밥을 찬 물에 말아도 땀을 흘리는 열 체질이 더운 음식을 먹자니 약간의 끔찍함이 연상되고, 차가운 음식으로 대항을 해 보자니 돌아서면 도루묵일 것 같다.

어느새 차는 아까 보았던 산전어 개시 광고의 주인공 집을 향하고 있다.



전어는 언제가 제 철일까?

수심 30m 이내의 연안에 주로 서식한다.

6∼9월에는 만 밖으로 나갔다가 가을이면 다시 만 안으로 들어온다.

남쪽에서 겨울을 나고, 4∼6월에 난류를 타고 북상하여 강 하구에서 알을 낳는다.

산란기는 3∼8월로 긴 편이며, 4∼5월에 가장 성하다.

작은 동물성, 식물성 플랑크톤과 바닥의 유기물을 개흙과 함께 먹는다.

[출처] 전어 [錢魚, dotted gizzard shad / gizzard shad ] | 네이버 백과사전


이러한 성향을 가진 전어는 자산어보, 임원경제지 등 고서에서도 가을전어의 진미에 대해 칭찬을 할 정도로 가을생선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식도락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맛으로 일컫는다.

봄, 겨울에 잡히는 전어보다 가을에 잡히는 전어가 기름기가 훨씬 많아서 고소한 맛이 풍부하기 때문에 구이를 먹어야 일품이다.

반면에 여름전어는 가을전어보다는 기름기가 조금 덜하고 육질이 연해서 회로 먹기에는 더욱 좋아 안성맞춤이라는 주장을 편다.

어느 음식이든 호불호와 맛에 대한 평가는 개인의 몫이기에 절대평가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각자 개인의 건강상태만 양호하다면 이러한 방식으로 이 철에도 먹어 보고, 저러한 방식에 그 철에 또 먹어보는 것이 진정한 식도락이 아닐까 한다.

맛 집을 탐방하고 음식을 즐김에 있어 본인의 호불호 성향은 잠시 재워두는 것이 그 집의 그 음식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라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우리가 말하는 제 철이란 그 철에 그 식재료가 풍부해지고 흔해지는 철을 말함이며 음식은 조리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맛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전어의 제철이 여름이니 겨울이니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듯하다.

필자는 오늘 여름의 보드라울 것으로 예상되는 전어회를 주문한다.

보드라움에 담백함에 깔끔함을 즐긴다.

간단한 밑반찬과 소스들이 차려지고 주문한 전어회가 중앙에 자리를 잡는다.

뼈를 발라내고 부드러운 살로만 채썰기 되었다.

서두른 탓인지 피 빠짐이 조금 덜해 붉은 살색이 간간히 비치지만 등살의 푸르름과 배 쪽의 은은한 백색에서 윤기가 흐름은 전어의 선도를 말한다.

싱싱한 오이가 가는 채썰기가 되어 전어회와 가볍게 버무려져 있다.

생선회의 비림을 잡고, 기름기 많은 살의 느끼함을 상큼하게 전환시키는 역할, 씹을 때 아삭함의 배가, 비빔회 덮밥으로 먹고자 할 때 야채의 기능까지.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신선한 오이의 버무림은 음식의 내공을 말한다.

전어를 먹기에는 좀 이르다 싶을 정도의 한 여름에 마주 대한 이 상차림은 올 해 필자가 만나는 전어와의 첫 대면이다.

기대로 설레는 가슴을 안고 가만히 시식을 해본다.

생각보다 훨씬, 훨씬 맛이 깊다.

보드랍게 전해지는 촉감에 깊숙이 우러나는 육즙의 향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가을에 꽉 찬 전어 살 사이로 밀려 오르는 육즙보다 절제된 듯한 담백함은 오히려 전어의 고상함을 안긴다.

‘전어에 이러한 맛도 있었구나!’

새삼 탄복을 거듭해가며 남해바다의 유영을 실컷 느낀다.

급한 성향에 많은 운동량으로 다져진 살의 탄력에서 느끼는 쫄깃함은 혀와 어우러지고, 우러나는 육즙의 고소함은 목젖을 실컷 유린한다.

다급히 먹으려 설레발치는 혀끝을 천천히 많이 먹으라며 아들 얼르는 엄마의 손길 마냥 오이의 식감이 조화롭고 따스하다.

부어놓은 소주 잔이 미처 비워질 틈이 없이 전어사랑이 무척이나 애달프다.

거품 없는 실비의 집

주문을 하고서 여느 횟집처럼 전채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언제부터인가 횟집은 물론 일반음식점에서도 주 요리 이전에 제공되는 전채요리가 다양하고 특이한 종류들이 많아 은근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묵돌이 식당에서는 없었다.

전채요리들이 다양할수록 주요리의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

그게 사업이니까!

대신 묵돌이 식당에서는 전어 철에 먹어야만 맛있다는 별미를 만났다.

어렸을적 끓는 밥 위에 묽은 밀가루반죽을 쭈욱 뿌려서 밥의 뜸과 함께 만들어 먹었던 밀가루 개떡이다.

약간의 달지근함에 간간히 박혀있는 옥수수와 팥이 전하는 고소함은 오랜만에 맛보는 추억의 별미였다.

식사를 위해 밥을 주문하니 비빔회덮밥이 되도록 넓은 그릇에 야채와 참기름 김가루가 올려진 채 제공된다.

풋풋한 청각 물김치에 한 수저 뜨고, 푸욱 곰삭은 돌산 갓김치에 또 한 수저를 욕심낸다.

맛 난 음식에 즐거움을 느끼고, 고개 묻고 몰입하니 어느 새 더위는 남의 세상 이야기가 되었다.

묵돌이 식당은 여타 거품을 제거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에게 제공하는 실비형 식당임에도 불구하고 음식의 내공은 그 어디에도 손색이 없었다.

음식점 정보: 여수시 소호동 358-7번지, 061)685-0684, 아구, 선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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