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서울복집의 “복지리 탕”

[맛집/남도방송]어느덧 입추가 지났다.

이제 말복만 지나면 처서가 오기 전에 더위는 한 풀은 꺾이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져 본다.

기나긴 장마철 덕에 미처 여름의 태양이 뜨겁다라는 체험을 많이 하지 못함에 웬지 모를 연민이 북돋고 여름이 흐름을 외려 아쉬워한다.

삼복 중에서 가장 덥다는 말복에 복달임을 잘 한다면 남은 미련을 거침없이 팽개칠 수 있을까?

복이라는 단어가 평소에 행운이라는 긍정적인 면을 드러 내는데 유독 여름에는 피하고 기피하고픈 대상의 날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런 날 주체적이고 긍정적인 즐김을 유희 한다면 스승님이 임제록의 인용구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을 몸소 실천함이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실행인가?

그래 복 날 소리가 가장 근접한 복 먹으러 가 보자.

허름함에 누추함이 없어라.

굽이굽이 골목길을 돌아 다가서니 허름한 한옥에 간판이 보인다.

주택가이지만 시내 중심가인지라 주위의 건물들은 제법 그럴싸한 폼새들 인지라 건물의 외형이 더욱 허름함이 담겼다.

음식을 즐기는 이들은 그 허름함에서 내 뿜는 내공을 온 몸으로 느낄 것이다.

비록 허름함이지만 느껴지는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바로 이 집이 가지는 역사와 전통에 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면서 나눠 준 기운들로 건물은 색다른 광채를 발한다.

덜렁덜렁 놓여 있는듯한 소품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들을 하고 있다.

결코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이 밀려듦은 세월과 정성의 결과이리라.

밖에서 보이는 첫 인상의 느낌은 어느새 잊은지 오래고 이리 보아도 정겹고 저리 보아도 이쁘다.

허름함이 결코 누추하지 않음에 벽에 등을 기댄채 메뉴판을 응시하고 주문을 한다.


‘복지리로 주세요. 듬뿍’

주방에나 있음직한 커다란 2화구 로스터위에 커다란 남비가 턱하니 앉혀지고 밸브를 연 다음 성냥불을 척 댕긴다.

‘요즘 신식으로 주방용 가스라이터도 많은데 왜 성냥을 쓰세요?’

안 먹은 술이 절로 해장이다.

얘기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에피타이저가 놓인다.

복 껍질 무침이다.

쫄깃함에 부드러움에 허덕허덕 걷어 본다.

야채와 소스의 조화 역시 새콤함에 매콤의 상큼이 절로 피어난다.

바글바글 장단 맞춰 들썩거리는 뚜껑 장단에 절로 흥이 난다.

먼저 콩나물을 몇 번 집어 넣고 곁에 잔뜩 가져다 놓은 미나리를 한 웅큼 투하하고 살랑살랑 휘저어 건져낸
다음 다 익은 콩나물을 살포시 올린다.

아삭거리기만 하던 콩나물이 미나리를 만나니 향과 상큼함이 입안 가득이다.


국물을 듬뿍 떠 내어 살짝 식혀본다.

후르르 쩝쩝, 후르르 쩝쩝.

‘어~~~!, 시원하다’

피곤함에 더위에 지친 내 몸이 절로 풀린다.

온 몸을 감싸안아 도는 국물의 짜릿함이 먹지도 않은 술이 절로 벌떡 일어서는 기분이다.

모두들 이 맛에 복국을 먹는가보다.

한 마리에 33명의 성인이 죽을 수 있다는 복어의 맹독성이 이 짜릿함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

복어의 독은 무색, 무미, 무취이므로 전혀 근거 없는 설이기는 하지만 복어의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독성의 짜릿함이 필자를 전율케 하는 듯하다.

주인공인 복어의 맛은 어떨까?

잘 익어 보드라워진 살들이 젓가락질에 이리 밀리고 저리 쏠린다.

껍질의 매끈한 감촉에 담백하면서 감칠맛 나는 살의 조화가 즐겁다.

2000여년 동안 인류가 즐기는 세계인의 인기상품이 왜 인지를 말보다는 온 몸으로 표현한다.

질김과 퍽퍽함이 아닌 묘한 경계선의 쫄깃함과 담백함이 중독을 일으킨다.

온 몸으로 복어와의 합체를 갈망한다.

복어죽, 비빔밥.

어느덧 탕이 비워질 즈음하여 밥을 주문한다.

이 순간 고민에 잠시 망설인다.

복어를 먹었다하려면 달콤하며 담백한 부드러운 어죽을 먹어야 한다는 논리와 비빔과 볶음과 야채의 아삭
함이 어우러진 비빔은 또 하나의 별미라는 유혹에 잠시 망설이고 어쩔지를 모른다.

필자의 식성상 결국은 비빔으로 주문하고 기다린다.

어우러짐의 행복을 즐기면서 어죽의 부드러운 감칠 맛이 머리에 자꾸 연상됨은 또 어찌하리.


필자가 서울복집의 음식이나 정성을 신뢰하는 계기가 있었다.

몇 년 전 비빔밥을 주문하면서 사용하는 계란을 보았다.

달걀에 자그맣게 날짜가 적혀있었다.

유정란이었다.

어죽에 비빔밥에 유정란을 쓴다 해서 알아볼 손님의 수는 적지만 해 주는 사람의 마음은 차이가 많다는 주인장의 답변에 필자는 포로가 되었다.

이렇게 또 2011년의 여름과 작별의 준비를 한다.

음식점 정보: 전남 순천시 영동 12-1, 061)752-5693, 복어요리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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