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고향식당의 “문저리 무침회”

[맛집/남도방송]어렸을 적 무척이나 흔하게 접했던 식재료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음식들이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설자리를 잃어 보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제적인 여유에 의해 외식이라도 할라치면 평소에 접하지 못하던 음식이나 가정에서 조리가 까다로운 음식을 찾아 나서게 된다.

순천지역에서도 그렇게 해서 많이 잊혀진 식재료 중의 하나가 망둥어, 즉 문저리이다.

지금도 물 때에 맞춰 친구들과 삼삼오오 어울려 기분전환 겸 해서 잠시 한나절의 휴식을 만끽하기 위해 가까운 와온이나 화포주변의 뻘 밭은 이미 인산인해이다.

식욕이 왕성한 문저리의 특성상 처음 낚시 줄을 던지는 이에게도 손 맛을 느끼게 하고 함께한 어린아이들은 뻘과 놀고 게와 놀기에 가족단위의 잠깐 나들이에도 안성맞춤이다.

 

 

 

어쩌면 아직은 흔한 식재료이건만 좀처럼 식당에서는 그 요리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가운데 그 귀한(?)요리를 만났다.

지역민들의 협조로 일군 자연산 전문점.

발고기 요리 전문점.

요즘에도 발로 고기를 잡는 곳이 있단 말인가?

순천의 화포와 와온은 조수 간만의 차이로 뻘의 넓이가 넓고 어종이 다양하여 아직도 발을 드리우고 드나드는 고기를 거두는 곳이 몇 몇 곳 있다고 들었다.

이런 전통적인 방식으로 잡은 어종들은 전문점 고향식당 신 진희 사장에게 상당부분 전해진다.

한가한 일요일 오후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고향식당은 사람들의 발길이 멈추지를 않는다.

어떻게 이렇게들 알고 왔을까?

귀한 이름 문저리 회무침을 주문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걸맞는 주 어종들이 한쪽 벽면에 도열되어 있지만 유독 눈에 띠는 문저리를 외면할 수 없다.

간결하고 깔끔하게 밑 반찬 상이 놓이고 중앙을 문저리 무침회에 양보한다.

 

 



쫄깃, 담백, 고소 그리고 투박.

드디어 기다리던 음식이 나온다.

높다란 순천만 용산이 옮겨진 듯이 무침회의 높이가 만만치 않다.

중간 중간에 보이는 문저리 특유의 겉 무늬가 보이고 맑은 살색들이 투명하다.

자칫 거칠 수 있다 여겼음인지 칼질이 총총이 되어있다.

커다란 젓가락질에 입은 자동으로 열린다.

쑥 들이키고 턱을 움직이는 순간

‘아! 그래 이 맛이야! 얼마 만에 느끼는 그리움인가?’

언제인지 까마득하지만 먹어 보면서 가지고 있던 추억의 맛이다.

참 혀의 메모리기능은 대단하다 싶다.

어찌 그 맛을 기억한단 말인가?

미처 맛을 음미도 전에 반가움에 목 젖을 지난 지 오래고 입 안은 여운 만이 남는다.

 

 

 

잊기 전에 얼른 또 한 젓가락.

문저리의 운동량에 그 살은 탱탱하고 쫄깃하고, 도톰한 살의 육즙은 비린 듯 담백함이며, 고소함은 밭을 매다 머리 수건으로 옷을 털털 털며 때 맞춰 아들 녀석 밥 주려 잠시 돌아오는 엄마의 투박함이다.

무침회는 비빔밥이다.

밥을 비벼먹자.

쓱싹 쓱싹.

곁들인 열무에 비빔밥을 얹고 두리번거리니 전어의 내장 밤으로 담근 밤 젓이 눈에 띤다.

까무스름하게 맑은 빛을 한 젓갈의 유혹이 무척이나 매혹적이다.


고향의 맛, 향토의 맛.

추억으로 함께하는 음식의 맛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부분을 새로이 받아들이는 반면 아쉽지만 놓치거나 잊어버리는 부분들이 참 많다.

그 것은 음식에 대한 기억보다 나만이 깊숙이 간직하고 있던 기억들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어느 재료 어느 조미료가 그 맛을 표현할 수 있겠는가?

친구들과 무작정 낚시대 하나 들고 갯가에 나가서 작은 꼬쟁이 하나로 끄적끄적거려 청무시 몇 마리 잡아 아무렇게나 바늘에 꿰어 바다에 풍덩 던지면 얼마지 않아 푸드득거리는 느낌에 잽싸게 걷어 올린다.

서투른 솜씨로 포를 뜨고 가져간 흙 묻은 손으로 덜렁 한 점 치켜들고 된장이나 초장에 푹 찍어 낼름 들이키던 그 맛.

 

 

실컷 먹고도 남은 것을 집에 가져 가면 저녁에 매운탕으로 올라오거나 손질하여 마른 반찬으로 해 먹었던 그 문저리이다.

깔끔하게 차려진 음식 앞에서 필자는 어릴적 친구와 노닐던 바다를 꿈꾼다.

음식점정보: 순천시 풍덕동 853-7, 061)742-9921, 자연산점문점, 계절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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