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파고 사는 농민 흙 때문에 흙탕물로 변한 마음 ‘도지사’가 달래줘야 할 것인데...

[사설/남도방송] 전남도가 휴양림 조성에 나서면서 지난 ‘무이파’ 때 집중호우로 인해 휴양림 개발현장에서 하류로 쏟아져 내린 토사에 한해 농사일을 망쳐버린 농민들의 한숨 소리가 F1경기장의 관람객 함성소리보다 더 크게 들리고 있다.

갓 수확을 앞둔 시설하우스 채소도, 귀농 10년 차 표고농사를 짓는 농부도, 잔디 농사를 짓는 아낙네도 풀 까지 다 녹아 내릴만큼, 토사는 집중호우를 따라 하천 부근 농경지를 초토화 시켰다. 농민들의 마음에 상처가 쉽사리 치유 될 지 유감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호우 피해로 발생하는 예기치 않은 상황은 누구라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곳 느랭이골은 다르다. 농민이 잘못한 죄도 없는데도 하루 아침에 무방비 상태로 당한 것과는 다르다. "일반 천재지변과 개발과정에서 밀려온 흙 때문에 당한 상황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아마 이들의 죄라면, 시골에서 사는 것과 개발 현장 밑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것 말고는 없을 것이다. 이 또한 아버지가 그랬고 아버지의 아버지인 할아버지도 그랬듯이 힘없이 고향을 지키며 농사짓는 것이 죄라면 죄인데 이 또한 개발논리에 피해를 볼 만큼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취재 중 느낀 다압면 신원리 사람들은, 이름도 '느랭이골'처럼 느리고 욕심 없이 순수하게 살아가는 섬진강 변 사람들이다. 적어도 휴양림 쓰나미를 만나기 전까지는 적어도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고 있었던 사람들이다.

"하루아침에 겪은 피해는 앞으로 '재기'를 위해 복구에 나서야 하는데 도통 손에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사업을 추진중인 전남도는 속수무책이다. 심지어는 폭우피해 한 달이 넘었는데도 피해사실을 전혀 알고 있지도 않았다. 물론 광양시와 면사무소도 마찬가지다. 폭우 피해 발생시 보상조치에 따른 피해조사가 전부였다.

도지사가 적자에 허덕대는 F1에만 신경을 쓰느라 수해현장에는 별 관심이 없나보다. 더 가관인 것은 도청 휴양림업무 공무원의 말이다. 농민을 두 번 죽이는 말(정신없는 사람들...보상 운운 등)을 듣고 있노라니 우리 '도정'이 얼마나 "도민 알기를 우습게 알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또 "개발업자의 배짱도 가관"이다. "토사가 산더미처럼 하류 농경지를 덮어 쑥대밭이 돼 있지만 '사과'는 커녕 오히려 휴양림현장에서 떠내려 왔느냐!는 증거를 내놓으라는 식이다."고 한다. 이런 "오만한 태도"에 "농민들이 분개"하고 있다.

아무튼 개발 없자는 이유를 막론하고 최소한 토사를 걸러주는 "사지"등을 만들어 토사가 산 아래로 흘러내려가게 하는 일을 벌이지 안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을 파고 사는 농민들이 흙 때문에 마음이 흙탕물처럼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망연자실'한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취재 후 전남도와 광양시, 개발업자와 주민 간 피해보상 협의에 나서고 있는 점은 분개한 농민들의 마음은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광양시 느랭이골 휴양림 조성공사는 충분히 사전에 얼마든지 재해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보면 전남도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행정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 또한 요란한 말장난이 되지 않도록 피해 주민과 업자 그리고 허가청 등은 보상은 물론이고 재발방지 대책과 휴양림개발후 인근 주민과 더불어 갈 수 있는 활성화 문제 또 휴양림이 마을 위쪽에 자리잡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오폐수 문제 등 옛 느랭이골의 청정 전원골의 환경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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