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나 군자(君子)가 하는 일은 시작도 선비답고 군자다워야 하지만, 일을 끝마칠 때 역시 멋지고 아름다워야 합니다. 다산의 『목민심서』는 바로 군왕의 지위나 권력에 버금가는 목민관(牧民官)을 제후(諸候)에 비기고, 입법·사법·행정을 한손에 쥔 통치자로 견주어, 그들이 제대로만 임무를 수행해주면 요순 세상이 온다고 주장한 내용입니다.

그래서 목민관이 임명을 받고 「부임(赴任)」하는 그 순간부터 임무를 마치고 퇴직하는 「해관(解官)」까지의 12편을 편마다 6개 항목을 나열하여 72조항으로 구성해 놓은 통치자(목민관)의 바이블격인 책입니다.

『목민심서』의 결론격에 해당하는 「해관」편은 요즘 말로 표현하면 권력자가 퇴임하거나 임기를 마치고 돌아갈 때 어떻게 처신하고 재산이나 물품은 어떻게 처리해야만 정당하고 바른 선비나 군자의 처신인가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첫 번째 항목이 참 재미있습니다. 「체대(遞代)」라는 말은 요즘 말로 임무교대인데, 어떤 권력자도 때가 되면 교체된다는 것을 명확히 선언하고 있습니다. “권력은 교체되기 마련이다. 교체되어도 놀라지 않고 권력을 잃어도 연연해하지 않아야만 백성들이 그를 공경하게 된다.” 정말로 역사적인 선언입니다.

카타피의 총살이 세상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그의 비참한 주검이 더욱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철권 42년 독재의 종말은 그렇게 참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권력은 교체된다는 다산을 배우지 못하고, 영구불변의 독재가 가능하리라는 어리석은 판단에서, 그런 최후를 맞고 말았습니다.

남의 일이 아닙니다. 자유당 12년, 공화당 18년, 교체된다는 권력의 생리를 몰랐기에 그들의 최후도 너무나 비참했습니다. 세월은 약입니다. 우리의 권력자도 이제 교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습니다. 다만 교체될 때, 권좌에서 물러나오면서 챙겨야 할 것이 어떤 것임을 아직도 모르고 있어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귀장(歸裝)」이라는 항목이 너무나 자세하고 상세합니다. 끝마치고 떠나는 선비의 모습은 조촐할수록 산뜻한 바람이 사람들에게 스며든다고 했습니다. 재산을 몽땅 챙기거나, 권총을 순금으로 만들어도 안됩니다. 은퇴한 뒤 살아갈 사저를 호화롭게 짓거나, 땅 투기의 의혹을 일으킨다면 더더구나 안될 일이라는 것이 다산의 뜻이었습니다.

중국의 양만리(楊萬里)라는 사람의 예를 들어 허름한 사저일수록 국민들의 추앙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양만리는 봉급으로 쓰고 남은 돈을 관고(官庫) 속에 그대로 두고 왔고, 그의 아들도 벼슬하면서 받은 봉급을 대부분 나라에 반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 부자(父子)가 살던 집은 “짧은 서까래에 흙으로 섬을 만들어 농부 집과 같은 모양으로 3대에 걸쳐 증축·장식하는 일이 없었다.” 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선비 목민관이 그의 집 모양을 그림으로 그려다가 모범으로 삼았다고도 했습니다.

내곡동 사저 터 문제로 시끄러운 오늘, 권력자들에게 다산의 「귀장」을 읽어보길 권합니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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