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펑펑 쏟아진다는 ‘대설(大雪)’의 절서가 지나고 겨울의 한 중앙에 이르렀다는 동지(冬至) 절서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느 겨울인들 춥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인심과 인정이 마른 요즘의 겨울은 더욱 춥기만 합니다. 온 대지가 꽁꽁 얼어붙자 사람의 마음까지 얼어붙는 삭막한 겨울의 복판입니다. 혹한의 추위에도 따뜻한 인심과 다정한 인정은 눈도 녹이고 얼음도 녹이는 묘수가 될 수 있음을 다산의 글을 통해 알아보고 싶습니다. 천애의 먼먼 바닷가 강진 땅에서 유배 살던 다산, 자신이 당하던 추위와 외로움에는 한마디 언급 없이 두 아들에게 이웃을 향해 인정을 베풀라는 자상한 가르침을 전하고 있습니다.

“여러 날 밥을 끓이지 못하는 집이 있을 텐데 너희는 쌀되라도 퍼다가 굶주림을 면하게 해주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눈이 쌓여 추위에 떨고 있는 집에는 장작개비라도 나눠주어 따뜻하게 해주고 병들어 약을 먹어야 할 사람들에게는 한 푼이라도 쪼개서 약을 지어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이 있는 집에는 때때로 찾아가 무릎 꿇고 모시어 따뜻하고 공손한 마음으로 공경해야 하고, ……” (寄兩兒)라고 두 아들에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남이 어려울 때 자기는 은혜를 베풀지 않으면서 남이 은혜를 베풀어주기만 바라는 것은 너희들이 지닌 그 나쁜 근성이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일가들의 환심을 얻는 일에 힘쓰되 마음속에 보답 받을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해라.…가벼운 농담일망정 ‘나는 전번에 이리저리 해주었는데 저들은 이렇구나!’라는 소리를 입 밖에 내뱉지 말아야 한다. 만약 이런 말이 한번이라도 입 밖에 나오면 지난날 쌓아놓은 공과 덕이 하루아침에 재가 바람에 날아가듯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다”(上同)
 
다산의 마음과 뜻이 참으로 깊고 넓습니다. 아무리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라도 약자를 도우려는 인정이 살아 있는 한 매서운 추위도 이길 수 있다는 신념, 그것이 바로 다산의 위대한 인간 사랑의 정신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분들이 마침 도울 수 없는 사정이 있거나 도와줄 힘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구나!” 라고 여기며 서운한 생각을 용서의 마음으로 풀어버리면 남을 원망하는 잘못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충고까지 해주고 있음을 보면, 아버지의 넉넉한 마음이 아들들에게 전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박석무 이사장
     다산연구소
혹한을 이기고, 얼어붙은 대지와 인간의 마음을 녹이는 유일한 길이, 남을 도와주는 인정에 있다는 다산의 말씀, 200년 전의 다산정신이 살아나 금년의 겨울도 훈훈한 마음속에서 인정의 꽃이 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남을 도와줄 줄은 모르고 남의 도움이나 바라는 염치없는 짓에서 벗어나자는 다산의 뜻을 가슴에 새기는 겨울이 되도록 우리 함께 노력합시다. 강원도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는 일기예보가 걱정이 앞서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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