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 동안 중국에 다녀왔습니다.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중국통(中國通) 송재소교수의 안내로 절강성 소흥(紹興)일대를 돌아다녔습니다. 역사와 전통, 문화의 뿌리까지 깊고 넓은 중국, 그 중에서도 소흥은 모든 것이 찬란한 곳이었습니다. 중국 치수(治水)의 대표적 인물이자 순(舜)의 정권을 선양받았던 우(禹)의 능, 즉 대우능(大禹陵)이 거대하고 웅장하게 자리한 동네이자, 회계산 아래에 경호(鏡湖:鑑湖)라는 큰 호수가 펼쳐 있어 산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천하의 절색인 서시(西施)의 고향이자 월왕구천·범려·문종의 고사가 역력히 살아있고 ‘와신상담’의 고사성어가 생겨난 곳인데, 옛날에는 왕희지가 놀았던 난정(蘭亭)이 있고 당나라 시인 하지장(賀知章)과 송나라 시인 육유(陸游)의 빛나던 시문학이 꽃피워졌던 곳입니다. 근세에도 북경대 총장 채원배와 대문호 노신이 살았던 고거(故居)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는 곳입니다. 그런 모든 사람 중에 한사람만의 유적지가 있어도 훌륭한 명승지일 터인데, 그 많은 명사들의 유적지가 있는 소흥은 정말로 대단한 역사와 문화의 땅이었습니다.  

   
▲박석무 이사장
     다산연구소
육유와 당완(唐婉)의 로맨스가 얽힌 ‘심원(深園)’의 아름다운 정원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인데, 다산이 육유의 시를 좋아해서 많은 차운시(次韻詩)를 남겼기에 더욱 감회가 깊었습니다. 하지장의 사당인 「하비감사(賀秘監祠)」에 들려 인구(人口)에 회자(膾炙)하는 ‘회향’시를 읊어보니, 다산의 ‘귀향’시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젊어서 고향 떠나 늙어서 돌아오니                    少小離家老大回
     고향 말씨 그대로인데 귀밑머리 허여졌네           響音不改鬢毛衰
     아동들 쳐다봐도 서로를 알지 못하여                 兒童相見不相識
     웃으며 따라와 어디서 온 나그네냐고 묻더라       笑問客從何處來

     고향집 떠나서 많은 세월 흘렀으니                    離別家鄕歲月多
     요즘의 사람들 절반이나 세상 떠났네                 近來人事半消磨
     오직 문앞에 경호(鏡湖)물만 흐르는데               惟有門前鏡湖水
     봄바람에도 옛날의 물결은 그대로이네              春風不改舊時波      (回鄕偶書)

이런 천고의 명시가 저작된 그 장소에 와서 읊어보는 재미는 표현키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18년의 긴긴 귀양생활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와 지은 시를 모은 다산의 「귀전시초(歸田詩草)」에는 그런 유려한 회고시보다는 아픈 마음의 토로가 더욱 슬픔을 자아내게 해줍니다.
 
     백번 죽었다가 살아서 돌아오니 망연한 마음     百死歸來意惘然
     지팡이 짚고 때때로 강변에 서 있다네              枯筇時復倚江邊
     ····· 고향 그리워하다 다시 보니 기쁜데             懷土欣重見
     집 떠나 지내던 오랜 노고가 생각키네              離家憶舊勞             (東皐曉望)

하지장이야 과거에 급제한 뒤 여러 벼슬을 지내며 천하를 주유하다가 86세에 고향에 돌아와 아름다운 옛 추억에 잠길 수 있었지만, 다산이야 천신만고의 고통 속에, 고향에 돌아왔으나 미래에 대한 아무런 기약이 없었으니 괴롭고 쓸쓸하던 일만 생각키웠을 것입니다. 소흥 여행, 하지장과 다산을 생각하면서 위대한 시인들의 시를 감상하던 기회였으니, 역시 여행은 사람을 살찌우게 하는일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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