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압록 별천지 가든

[맛집/남도방송]찬바람이 귓전을 슝슝 내달린다.

동장군의 기승이 제법이다.

여름은 더워야 제 맛이듯이 겨울은 확실히 추워야 겨울답다.

사람도 그렇고 자연도 그렇고 자신다웠을 때 제일 멋지고 아름답기는 매 한가지다.

오늘처럼 차갑고 매서운 기운이 세상을 지배할 때 생각나는 음식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뜨끈뜨끈한 아랫목에서 재래 물고구마를 푹 쪄서 줄줄 흘러내리려는 고구마를 김장 김치 한포기를 쭈욱 찢어 얹어서 먹으면 겨울의 별미다.

목이 메일 때 쯤 얼음동동 구르는 동치미 한 사발을 들이키면 목젖을 지나면서 자극하는 차가움의 즐거움은 엉덩이에 오르는 온돌의 뜨거움보다 더욱 따뜻하다.

활어를 통째로

먹거리가 풍부한 전라도에서 겨울의 별미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따뜻한 국물에 온 몸을 데울 수 있는 각종 생선 매운탕, 지리탕은 기본이요,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회에 해물까지, 또는 검은 가마솥에서 푹 고아낸 육수에 밥을 말아먹는 쇠고기국밥, 돼지 국밥 또한 겨울의 음식이다.

청정한 뻘에서 잘 자란 낙지나 고막, 바지락 또한 일미이고 다양한 조개들을 숯 불 위에서 토닥거리는 음률과 함께 다정하게 구워 먹는 일 또한 겨울만의 식도락 풍경이다.

 

 

이렇게 다양한 먹거리 중에서도 살아있는 상태로 즐길 수 있는 메뉴는 정작 피고막, 오도리, 낙지, 빙어 등에 불과하고 그나마 아무 걸름 없이 통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은 빙어가 유일하지 않나 싶다.

빙어는 이름에 빙(氷)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차가운 물에서 생활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동지(冬至)가 지나야 낮은 곳에 나타나고 입춘(立春)이 지나면 수온이 낮은 수심 깊은 곳으로 돌아가기에 좀처럼 눈에 띠지 않아 동어(凍漁)라 칭해지기도 한다.

살았니? 죽었니?

창 밖에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향해 벌거벗은 채로 고개 숙인 노송이 겸손을 가르친다.

저 노송도 만만찮은 나이일진데 그에게도 어른은 있나보다.

깔끔한 밑반찬이 자리하면서 본격적인 상차림이 이루어진다.

김치에 나물에 투박한 시골적 음식향이 강하다.

드디어 오늘의 메인 빙어 무침회가 납시어 준다.

과일에 양파, 미나리 봄동 등의 야채에 빠알간 고추장 양념이 보이고 참깨가
다소곳이 예쁘게 뿌려져 있다.

야채 속에 고개를 삐죽이 내밀고 아직 꼬리를 흔들거리는 모습이 마치 수초 가운데서 먹이를 찾아 노닐고 있는 모습이다.

어떤 녀석은 얌전히 누워있고 어떤 녀석은 꼬리를 흔들고 또 어떤 녀석은 몸통을 흔들어 몸을 뒤집는다.

 

 

너희들 살았니? 죽었니?

음식이라 나왔는데 눈 앞에서 펄떡이니 조금은 놀랍다.

엄격하게 말하면 쟤네들은 다 살아있다.

단지 매운 고추장과 새콤한 식초에 잠시 기절을 해서 움직임이 약할 뿐이다.

이러한 조리법의 일종이 무안에서의 별미 기절낙지이다.

워낙 껍질이 얇기에 손질을 하다보면 상하기 쉽고, 특유의 생선 비린내가 없기에 손질하지 않고 통째로 섭취하며 편리성을 위해 매운 맛과 신 맛으로 잠시 기절을 시킨 상태이다.

섬진강을 느껴보자!

어떻게 먹을까?

사람이 태어나서 엄마 젖을 먹는 것부터 시작하여 이유를 하고 다양한 음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먹거리에 대한 도전의 연속이다.

빙어의 꼬리 부분을 잡고 머리에서부터 살포시 입안으로 넣어보라.

입 안에서의 약간의 움직임이 느껴지고 혀로 제압을 하는 순간 섬진강은 나의 것이 된다.

씹을수록 고소한 듯 담백한 느낌이 전달되고 다음순간 기쁨의 환희에 눈이 절로 번쩍 뜨인다.

이 맛에 빙어회를 먹는구나!

꼬리를 잡고 들어 올리다 녀석의 퍼덕거림에 초고추장이 살짝 튀어오른다.

이 번에는 야채에 과일에 빙어를 몇 마리를 모아 한 입거리를 만든다.

소주 한 잔을 들이키고 입 안에 삼키니 섬진강물을 다시 만난 빙어마냥 입안의 움직임들이 전율을 전한다.

 



유유히 흐르는 저 강물의 빙어 떼처럼 나도 어느 새 맑은 강줄기를 따라 맘껏 노닐고 있다.

오후에 비치는 따사로운 햇볕에 쫓고 쫒기는 장난이 마냥 즐겁다.

도시 생활에 지친 마음의 여유를 만나고 강물에 같이 놀던 추억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요 음식이다.


음식점 정보: 곡성군 오곡면 압록리 393-2, 061)362-8746, 민물요리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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