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춘태 순천보훈지청장

국가보훈은 우리나라 역사와 그 맥을 같이 할 정도로 그 전통이 매우 깊다. 국가마다 역사서가 있어 착하고, 잘한 일은 후세에 권하고, 악하고, 잘못 한 일은 후세에 타일러 경종을 울리고 있듯이 국가보훈은 공헌과 희생에 대한 보상을 통해 온 국민의 정체성을 확립함은 물론 나라사랑 정신을 함양하게 하며, 이를 통해 한 나라 국민 형성의 원천이 되도록 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다 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 고대 국가 중 하나인 고구려(高句麗)는 중국 전역을 통일한 수(隋)와 당(唐)에 대항하여 독자적인 국가로서 동북아시아를 호령했으나 국내의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여 안타깝게도 역사에서 그 자취를 감추었다. 고구려의 역사에서 보듯이 국가보훈 정책이 강화되었을 때에는 천하를 호령하며, 강성함을 자랑하였으나, 국가보훈 정책이 약화되었을 때에는 나라 안에서 다양한 대립이 심화되어 격렬한 갈등을 야기하고, 이는 곧 사회적 혼란과 국론 분열로 직결되어 크게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고조선 시대부터 주변국과 많은 전쟁을 치렀기 때문에 일찍이 국가보훈의 중요성을 자각하여 전쟁에서 공훈을 세운 자, 그리고 전사한 유가족들에게 벼슬을 높이거나 재물을 내려 포상을 실시하였다. 이를 통해 온 국민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과 용기를 함양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이런 체계를 유지․발전시켜 지속적으로 국가의 인재, 다시 말하면 오늘날의 국가유공자를 양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신라 시대에는 7세기경인 서기 625년(진평왕 47년) 상사서를 시작하여 사훈감 등 명칭은 달리 하지만, 공훈의 성격과 방법을 담당하는 부서가 존재하였고, 진흥왕순수비와 단양 적성비에 유공자와 전사자 등에 대한 포상 기록이 남아 있다. 백제에는 공덕부와 사군부, 고려 시대에는 고공사, 조선 시대에는 충훈부가 그 역할을 하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훈업무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은 국가보훈처이다. 1961년 7월 5일 군사원호청 설치법이 공포되고, 동년 8월 5일 군사원호청이 창설됐다. 1962년 4월 16일에는 군사원호청이 원호처로 승격,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되었고, 1985년 1월 1일에는 원호처에서 국가보훈처로 개칭했다. 1998년 2월 28일에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격하되었다가 2004년 3월 11일에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다시 장관급 기관으로 승격되었으나 2008년 2월 29일에는 다시 차관급으로 격하되는 등 정권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부침의 세월을 겪었다.

국가보훈 업무는 국가 존립과 국민 대통합의 구심점이 되는 국가정체성과 가장 밀접한 정책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국가보훈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인 국가보훈처가 2008년 정부조직 축소라는 명분으로 차관급으로 격하되어 국가보훈 사업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보훈가족을 비롯한 일반 국민 모두의 자긍심 저하를 불러오고 있는 실정이다.

 

▲조춘태 순천보훈지청장
이 땅에 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60년, 다시금 그러한 포성이 울리는 일이 결코 없도록 온 국민이 일치단결하여 전쟁억제력 강화는 물론, 우리나라의 튼튼한 안보태세를 세계만방에 과시하고, 더 큰 대한민국으로 국격을 제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들처럼 하루 빨리 국가보훈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인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 즉 장관급으로 승격시켜 나라를 위해 희생하시거나 공헌하신 보훈대상자에 대해 수준 높은 예우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숭고한 국가보훈 사업에 온 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그 역량을 하나로 모아 적극 지원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남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