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순천경찰서] 지난 2월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인한 각종 사회적 비용이 26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교통사고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입게 되는 부상과 차량 손실 등 직접적 비용뿐 아니라, 이후 사고원인을 놓고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드는 간접적 비용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경미한 사고는 당사자간의 합의로 간단히 종결될 수도 있지만 신호위반이나 중앙선 침범과 같이 어느 한쪽이 중대한 과실을 범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양 당사자의 주장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사례도 많다.

뚜렷한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목격자를 찾는다는 현수막을 내걸거나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현장 주변 CCTV 카메라를 찾아보고, 전문기관에 감정을 의뢰하여 사고과정을 추측해보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경찰행정력이 낭비되고 당사자들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등 사회 전체적으로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흔히 블랙박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자동차 주행영상 기록장치는 교통사고와 관련된 분쟁을 해결하는 가장 훌륭한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사고 원인을 놓고 당사자간에 다툼이 발생했을 때, 블랙박스 영상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의 처리과정은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된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교통사고 처리는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리는 것 뿐만 아니라, 어느 쪽이 어느 정도의 잘못을 했는지를 따져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과정까지를 포함하는데, 블랙박스가 없는 피해자는 상대방의 과실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해 정당한 배상을 받지 못하고 억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그러나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사고과정이 명확히 확인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금방 구분되고, 가해자의 책임을 입증하여 정당한 보상을 받는데 큰 도움이 된다.

최근 블랙박스가 대중화되면서 고화질 블랙박스도 1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해졌다. 사고 발생시 당사자가 입게 될 손해에 비하면 매우 적은 금액이다.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찾아온다. 지금까지 무사고운전을 했다는 것이 앞으로도 사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블랙박스는 이제 더 이상 옵션이 아닌, 차량운전의 필수품이다.

순천경찰서 교통조사계장 경감 이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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